다들 블랙음료 안된다했지만
쓴맛 잡은 블랙보리 '대박'
9월 美 유기농 마트에 입점
숙취해소음료 시장도 진출
[ 안효주 기자 ] “블랙은 다 망해. 안돼.”
음료업계에서 10년 넘게 도는 말이다. 검은색 식재료가 들어간 ‘블랙푸드’는 2000년 초부터 건강식품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지만 음료는 예외였다. 검은콩우유, 검은콩차 등 줄줄이 나왔던 수십 개 신제품이 두유를 제외하곤 모두 자취를 감췄다.
올해 음료업계의 ‘블랙의 저주’를 깬 사람이 있다. 토종 검정보리 음료 ‘블랙보리’를 내놓은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56·사진)다. 블랙보리는 출시 7개월 만에 2000만 병이 넘게 팔렸다. 올해 매출은 약 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연 매출 300억원이면 ‘대박’에 속하는 음료업계에서 오랜만에 히트작이 나왔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의 하이트진로음료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숭늉 문화에서 시작된 가장 한국적인 음료 블랙보리로 세계 음료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며 “국내 곡차(穀茶) 시장도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음료업계의 전설’로 불린다. 1990년 웅진그룹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내놓은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자연은 등 토종 장수 음료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커피, 콜라, 주스 등 외국 음료가 판치는 음료 시장에서 ‘우리 것’으로만 승부했다. 세상에 없던 쌀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은 출시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연매출 1000억원을 거뜬히 넘긴다. 조 대표는 웅진그룹 입사 9년 만에 식품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의 나이 38세 때 일이다.
블랙보리는 지난해 2월 그가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에 취임한 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보리차 시장은 그가 웅진식품에서 내놨던 하늘보리가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었다. 동서식품 ‘동서 보리수’, 롯데칠성 ‘황금보리’, CJ헬스케어 ‘새싹보리차’ 등이 추격에 나섰다가 줄줄이 쓴맛을 봤다.
하늘보리를 만든 조 대표가 블랙보리를 내놨을 때 음료업계는 긴장했다. 조 대표는 일본 종자 보리만 쓰던 식음료 시장에서 처음으로 100% 국내산 검정보리를 사용했다. 잡맛과 쓴맛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출시 반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약 20%까지 올라왔다.
블랙보리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는 9월부터 미국에 500여 개 매장을 둔 유기농 전문마트인 ‘트레이더 조’에 국내 음료 최초로 입점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조 대표는 “블랙보리는 아침햇살, 초록매실에 이어 지난 23년 동안 꿈꿔왔던 순수 우리음료에 대한 열망을 담은 제품”이라며 “세계적 음료 트렌드가 ‘노 카페인 노 슈가’인 만큼 블랙보리가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달 말 미배아 대두발효추출물을 넣은 헛개음료 제품으로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 진출한다. 조 대표는 “시중의 숙취해소 기능성 음료는 100mL 용량에 4000~5000원대를 넘나들 정도로 비싼 가격”이라며 “이 시장을 흔들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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