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미국이 내년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 제재 등으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띠자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첨단 시추 기술을 앞세워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를 인용한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80만 배럴 수준까지 늘어 일평균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산유국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2월 이후 미국 산유량은 하루 1000만 배럴을 넘어섰고 지난달엔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90만 배럴 수준까지 상승했다.
린다 카푸아노 EIA 청장은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올해 들어 하루평균 1050만 배럴 안팎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였지만 1970년대 이후 환경 보호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신규 유전 개발을 억제했다. 미국 산유량은 1970년 하루평균 960만 배럴 수준을 기록한 뒤 점차 줄어들었다. 반면 산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린 옛 소련은 1974년, 사우디는 1976년 미국 생산량을 앞질렀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수압 파쇄, 수평 시추 등 첨단 공법을 앞세워 셰일오일 혁명을 일으켰고 원유 생산량도 다시 늘어났다.
내년 미국의 최대 산유국 등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산유국이 지난달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한 뒤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다.
미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의 퍼미안 분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송할 송유관이 충분하지 않아 미국이 짧은 시일 안에 석유를 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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