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법농단 의혹' 언론 플레이로
'재판 공정성 훼손' 우회적 불만
檢 "본인 신상 발언 부적절" 반박
[ 신연수 기자 ]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재판에서 판사가 검사의 ‘장외 여론전’을 질책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20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6기·사진)는 선고에 앞서 “며칠 전 이번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기사가 난 것과 관련해 한 말씀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부장판사는 “보도된 내용에 관해 나에게 사실관계 확인도 없었다”며 “이번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지금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9일 한 일간지는 이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을 지내며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사법농단 사건에 관여한 판사들이 국정농단 사건을 재판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재판의 공정성을 우려한 검찰발 기사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별활동비 뇌물 사건에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까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오해될 여지가 있다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사람에 대한 선고가 끝나고 배성훈 부부장 검사는 관련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 “더 이상 할말 없다”며 퇴정해 싸늘한 분위기에서 재판이 마무리됐다.
재판이 끝난 뒤 검찰은 즉시 입장문을 냈다. “재판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은 해당 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지, 그와 무관한 사건 재판의 선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 부장판사는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에 흘러 들어간 것은 국고 손실이며,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다른 재판부의 1심 판단과 같은 결론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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