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여름 휴가비는 왜 안 모일까

입력 2018-07-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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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스스로 일을 해서 번 돈과 우연히 얻게 된 돈에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돈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에 따라서도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노동의 대가로 얻은 급여는 주로 일상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며, 사치성 소비나 충동구매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이에 비해 카지노에서 번 돈이나 복권 당첨금, 세금 환급금 등 ‘의외성 수입’은 사치품, 레저용품, 고급 음식 등 쾌락을 증진시키려고 사용하는 경향이 높다.

사실 저축을 하기 가장 쉬운 돈은 보너스, 리베이트, 환급금, 당첨금, 선물로 받은 돈과 같은 의외성 수입들이다. 월급은 생활비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의외성 수입이 복권 당첨금과 같이 큰 금액일 경우에는 세부적인 지출 계획을 면밀히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소액일 때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받는 연말 보너스나 연말정산 금액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외성 수입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질을 활용해 큰돈을 버는 산업이 있다. 카지노산업이다. 카지노산업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유명한 조크가 있다. 어느 날 라스베이거스에서 허니문을 즐기던 신랑이 주머니에서 우연히 5달러짜리 칩을 하나 발견한다. 그런데 칩의 표면에 17이라는 숫자가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이를 특별한 암시라고 여긴 신랑은 카지노로 내려가 5달러짜리 칩을 17에 베팅한다. 이 베팅이 성공해 5달러짜리 칩은 35배인 175달러가 돼 돌아온다. 신랑은 딴 돈 전부인 175달러를 또 17에 걸고 이제 6125달러를 손에 쥔다.

이렇게 베팅하는 족족 성공해 무려 750만달러나 벌게 됐다. 그러나 카지노 관계자는 번 돈 전부를 베팅할 수 없다고 제재한다. 그러자 신랑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큰돈을 베팅할 수 있는 카지노로 향한다. 그러고는 또다시 17에 베팅한다. 하지만 이번엔 구슬이 다른 숫자에 멈췄다. 결국 가진 돈을 모두 잃고 호텔로 돌아온 신랑에게 아내가 얼마나 땄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신랑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쁘지 않았어. 5달러를 잃었을 뿐이야.”

이 유머에는 카지노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원리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카지노에서 딴 돈은 결국 공돈이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카지노에서 딴 돈은 대부분 또다시 게임을 하는 데 쓴다. 사람들은 가진 돈을 다 잃을 때까지 게임을 반복하고 대개는 다 잃고 만다. 올여름 휴가비를 두둑이 받았지만 여름이 지나고 나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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