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30여년 지나 리모델링 한계"
3.3㎡당 2000만원…집값 20억
지하철 역세권·서초 학군 매력
1종 전용주거…'종상향' 요구도
[ 민경진 기자 ]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1번 출구 인근 서초구 방배2동에 자리 잡은 남태령 전원마을은 요즘 주택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30여 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던 단독주택을 헐고 다가구주택, 빌라로 짓기 위해서다.
◆30살 넘은 전원마을
약 6만㎡의 땅에 전원주택 200여 채가 모여 있는 이 마을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서초구청은 올해 들어 남태령 전원마을에서만 총 6건(6월 기준)의 건축을 승인했다. 2015년 7건에 이어 2016년과 2017년에도 5건씩 승인했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1987~1988년 조성됐다. 올해로 마을이 들어선 지 30여 년이 지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30여 년째 이 마을에 거주하는 한모 씨는 “임시방편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주민이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지하실이나 다락방 수준으로 낮은 2층 천장 높이 등 건축물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리해도 지하실에 생기는 곰팡이나 냄새를 해결할 수 없어 이제 세입자를 찾기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남태령 전원마을 단독주택의 3.3㎡당 가격은 2000만원 정도다. 대부분 300㎡ 규모의 대지를 점유하고 있어 매매 시세는 2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전셋값은 최저 7억원부터 시작한다. 40~50대 전문직 종사자 가족이나 60~70대 고령 은퇴자가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번 전원마을에 들어오면 그대로 눌러사는 경우가 많아 매물도 흔하지 않다.
◆역세권·학군 갖춰 유입 활발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토지 이용 규제에 맞춰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다. 분양하지 않고 세를 주는 다가구주택이 대부분이다. 일부 건물은 고령 입주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가구당 전용면적은 60㎡ 수준이다. 월세보다는 전세 비중이 높다. 전세금은 3억5000만~4억원 정도다.
전세가격이 낮아지자 20~30대 젊은 층도 전원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원마을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마을 전체가 지하철 4호선 역세권에 속해 서울 도심이나 경기 남부권으로 출퇴근 및 통학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마을 입구에 어린이집이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중·고등학생 자녀는 서초구 인근 중·고등학교를 배정받는다. 2001년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에서 이 마을로 이사 온 최모 씨는 “남편과 늘 전원생활을 꿈꿔왔는데 당시 고등학생 자녀가 있어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다”며 “남태령 마을로 이사 온 뒤 딸이 전학 없이 반포에 있는 세화여고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축 규제 더 완화해야”
남태령 전원마을의 신축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마을 전체가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50% 이상 100% 이하 규제를 받는 까닭이다. 남태령 전원마을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가구당 대지면적이 300㎡ 전후로 그 위에 새 건물을 지으려면 최대 10억원 가까이 건축비용이 든다”며 “거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은퇴자들로서는 신축에 따른 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이어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에서는 현재 1종 전용주거지역인 마을 전체의 토지 용도를 ‘종상향’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용 남태령 전원마을 자치회장은 “종상향 등 토지 용도 변경으로 토지 가치를 높여 주민 전반의 자발적인 개발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전원마을의 분위기와 개선된 주거 환경이 어우러진 개발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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