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점주 月수입 올해 290만원 2020년엔 160만원 '반토막'

입력 2018-07-13 17:41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한 소상공인들

최저임금 1만원 될 때 편의점 순이익 따져보니…

생존 위협받는 편의점들
작년에만 2천여곳 문닫아
올해는 폐업 더 늘어날 듯
한 곳만 운영 업주 타격 커
알바 대신 점주가 장시간 일해

본사도 신규 출점 자제
영업이익 30% 넘게 급감



[ 안재광 기자 ]
국내 한 편의점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점주들 순이익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최근 시행했다. 시급이 연평균 16%씩 올라 2020년 1만원이 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매출은 이 편의점의 대략적인 점포당 월 평균치인 6000만원을 기준으로 했다. 월 순이익이 작년 344만원에서 2020년 160만원으로 ‘반토막’ 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2020년이 되면 판매 마진에서 본사가 가져가는 35%를 떼고 점주 몫이 약 1200만원인데, 인건비가 절반 정도인 615만원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임대료, 전기료 등 비용을 제하면 점주가 가져가는 순이익은 월 16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160만원은 시급 1만원을 받고 8시간씩 20일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벌 것이란 주장은 과장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폐점률 증가에 편의점 본사 비상

편의점 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강력 반발하는 것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국내 편의점 폐점률은 5.38%로 전년(5.16%)보다 상승했다. 작년 한 해에만 2000여 개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A 편의점 관계자는 “폐업한 점주 중엔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16.3% 오른 올해는 편의점 폐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매출 부진 점포들이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겠다”고 하자 편의점 본사는 점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B편의점 관계자는 “폐점 전담팀 인력을 올 들어 30% 늘렸다”며 “폐점 시 점주와 재고 및 투자비 등을 정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다른 편의점으로 갈아타는 점주도 적지 않았지만 올 들어선 아예 사업을 접는 점주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편의점을 한 곳만 운영하는 점주들이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3대 편의점에서 점주 한 명이 두 곳 이상 점포를 운영하는 비율은 30% 안팎이다. 나머지 약 70%는 편의점 한 곳에 의존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C편의점 관계자는 “서울 명동의 한 다점포 점주는 월 2000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고도 순이익이 약 2000만원이나 된다”며 “반면 점포 한 곳을 운영하는 점주 중에는 경영난을 겪는 사람이 많아져 점주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점률이 증가하자 편의점 본사들은 신규 출점도 자제하고 있다. 국내 업계 1위인 CU는 올 2분기 점포가 162개 늘었다. 작년 분기 평균 412개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가서비스 늘어 사람도 못 줄여

편의점 점주들은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고 사람을 줄이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편의점이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택배 보관, 로또복권 판매 등 요구하는 서비스는 계속 늘고 있어 사람을 더 써도 모자랄 판인데 인건비 부담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은 편의점 본사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84억원) 대비 32% 감소한 261억원에 그쳤다. GS25 역시 이 기간 영업이익이 317억원에서 199억원으로 줄었다. 올 2분기도 큰 폭의 이익 회복이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 추정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편의점들이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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