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원자 하나하나 조작해
세상에 없던 제품과 물질 만들어
한국, 세계 5위 나노强國 부상
美와 협력으로 실질적 성과 나와
[ 박근태 기자 ]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은 아직은 시작 단계입니다. 하지만 어떤 기술보다 유망합니다.”
마이크 로코 미국과학재단(NSF) 과학기술 수석자문위원(사진)은 13일 나노산업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내놓은 나노기술 육성 계획의 밑그림을 처음 그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 ‘국가나노기술전략(NNI)’이라는 정부 주도의 나노기술 육성 계획을 제안하고 20년째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로코 수석자문위원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15회 한·미 나노포럼에 참석했다. 한·미 정부 관계자와 나노기술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이 포럼을 거의 거르지 않았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나노기술은 낯선 용어였지만 이제는 정보기술, 신경과학, 예술, 농업은 물론 우주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나노기술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명을 주도하며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나노기술이 확산하면서 산업 지형마저 바뀌고 있다. 화학공업의 꽃인 촉매제산업의 55%, 반도체산업의 70%가 나노기술을 이용하거나 간접적으로 나노과학에 근거한 이론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정부는 올해도 나노기술 육성에 14억8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로코 수석자문위원은 나노기술이 특정 분야뿐 아니라 제조 방식과 삶의 철학까지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세계의 생명체나 제품을 이루는 구조물은 모두 원자들로 이뤄져 있다”며 “나노기술이 원자라는 매우 기초적인 단계부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나 기업들이 원자 하나하나를 조작해 세상에 없는 제품이나 물질을 만드는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조금 늦었지만 2002년 나노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한국은 2000년 이후 나노기술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며 “이제는 논문과 특허에서 세계 4~5위권까지 치고 올라온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과학자로 이뤄진 13개 공동 연구팀이 그래핀 등 2차원 나노소재 연구를 공동 수행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과 미국은 15년간 나노 분야에서 새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단순한 학술 교류가 아니라 공동 연구를 해왔다”며 “실질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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