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기울어진 결정

입력 2018-07-14 07:50   수정 2018-07-14 08:21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엔 사용자위원 전원과 근로자위원 절반이 참여하지 않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큰 권한을 거머줬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경영계), 근로자위원 9명(노동계)과 함께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9명)으로 이뤄진다. 통상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이를 전문성을 갖춘 공익위원들에겐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문제는 공익위원들이 전문성과 공정성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정부 편’에 설 때가 많다는 점이다. 공익위원 9명의 임명권을 모두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계 인사로 공익위원 자리를 채우는 건 구조적으로 필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올해 임명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 출신인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일자리혁명위원회’에 참여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회’에서 일한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3일 전원회의에서 “몇몇 언론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얘기가 나와서 강력히 경고했다. 최저임금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잃어버리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공익위원들은 전문성을 먹고 산다. 전문성을 훼손하면 생명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구조로는 공익위원 개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말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논의했지만 해결책을 내놓진 못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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