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

입력 2018-07-15 17:55   수정 2018-07-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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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혜택, 기득권 노조원에 집중돼
'대선 공약'이라며 약자 희생 아랑곳 않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주말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등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노동계마저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그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영세 소상공인을 범법자와 빈곤층으로 내몬다”며 “나를 잡아가라”던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사업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불복종을 선언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월 하루 공동휴업을 하고 내년부터 심야할증, 카드결제 거부 등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은 “두 자릿수 인상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 효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법 재개정 투쟁을 예고했다.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16.4%) 올린 뒤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 중에도 최저임금 인상 덕을 보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야말로 최저임금만을 받는 불완전 취업자들은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전년보다 각각 2.2%, 7.9%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종사자도 1.7% 줄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혜층이라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안정적 직장이 있는 노조원들에게 주로 돌아간 것이다.

최저임금을 왜 매년 크게 올려야 하는지도 자문할 때다. 2010~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6.2%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탓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데도 이를 계속 밀어붙여야 하나.

정부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년에도 15%가 넘는 인상이 필요하지만 10.9%에 그친 것은 ‘속도 조절’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경제적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면 속도 조절이나 정부 지원 운운할 게 아니라 동결하는 게 옳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 OECD 네 번째다. 내년 최저임금(8350원)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1만원을 넘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올해 고용 감소폭이 최대 8만4000명이 될 수 있다는 KDI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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