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부가 나서서 할 일
민간 카드사에 떠넘기나
종사자들 고용 안정도 위협"
[ 정지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된 데 따른 후폭풍이 카드업계로 번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따른 해법으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가 거론되면서 카드업계는 속을 끓이고 있다.
A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16일 “영세 소상공인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B카드사 임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생기면 정부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인 카드사가 왜 이 책임을 떠맡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사 노조도 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면 장기적으로 카드업계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치권과 정부가 수년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며 수익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실제 카드업계 전체 순이익은 2013년 2조2000억원에 지난해 1조2000억원 정도로 1조원이나 감소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중소·영세사업자의 경우 3년 새 반 토막 났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13년 초 2.7%에서 지난해 1.3%로 낮아졌다.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은 같은 기간 1.5%에서 0.8%로 떨어졌다. 이달 31일부터 밴(VAN·결제대행업체)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 사실상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 카드 대금지급 기간 단축, 의무수납제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송행수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4일 “복잡한 신용카드 가맹구조와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소상공인 지원제도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은 17일 최저임금 인상 관련 보완책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이자 경감 등 종합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카드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카드사와 가맹점에만 전가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카드업계는 지적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라면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정부와 소비자도 함께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예컨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원가 중 하나인 밴 수수료에 정부 예산을 일부 투입한다면 수수료 인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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