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대표 "아이 소중히 지키는 방법 고민하다 개발했죠"

입력 2018-07-16 18:51  

DNA도장으로 '여성발명왕'…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대표

첫 아이 출산 후 아이디어 얻어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정보 확인

유전자 감식·검사 서비스업체 운영
검사 시약 국산화해 국내 첫 수출



[ 홍윤정/김범준 기자 ] “부모가 자녀들의 유전자 정보를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개발했습니다.”

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대표(사진)는 이달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여성발명협회,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여성발명왕엑스포’에서 유전자(DNA)정보 칩을 내장한 도장 ‘닥터베베’로 그랑프리를 받으며 ‘올해의 여성발명왕’으로 선정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세계 28개국에서 출품한 발명품 370여 점이 경합했다. 서울 가산동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닥터베베를 활용하면 실종이나 사고 시 신원 확인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작인 닥터베베는 투명한 도장 형태로, 안에 유전자 정보 칩이 담겨 있다. 유전자 검사로 추출한 자녀의 유전자 정보를 내장 칩에 기록해 놓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칩을 인식하기만 하면 이름, 생일, 혈액형 등의 정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종 혹은 안전사고 등으로 신원 확인이 필요할 때 칩에 있는 유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해 빠르고 정확하게 가족을 찾을 수 있다.

닥터베베는 황 대표가 2000년 첫 아이 출산 당시 떠올린 아이디어다.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보는데 정말 내 아이가 맞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신생아실에서 아이들이 뒤바뀌는 사고가 많잖아요. 출산 시 부모와 자녀의 유전자를 검사해 기록해 놓는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울산대에서 생명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딴 황 대표는 원자력병원 실험치료연구실과 기업체 연구소 등을 거쳐 2002년 다우진유전자연구소를 설립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 300만원이 전부였다. 여성경제인협회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사무실을 지원받고, 서울대 치대 연구실을 빌려 사용하며 비용을 줄였다. 현재 이 기업은 유전자 감식 및 검사 서비스 업계 2위다.

황 대표는 지난해 유전자 검사 시약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업체는 두 곳뿐이다. 이달에는 몽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유전자감식 기술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업계 최초로 수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미국에서 200회 분석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600만원인 시약을 수입해 사용해왔다. 국산품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분석에 사용하는 유전자마커(지표)도 기존 16개에서 20개로 늘어나 더욱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닥터베베도 자체 개발한 검사 시약을 사용한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는 게 그의 신조다. 통일부의 이산가족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 국방부의 6·25 전사자·유가족 유전자 검사 등에 참여했다. 또 해외 입양아의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글=홍윤정/사진=김범준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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