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대비 공급부족…선호시설만 들어서는 것도 문제"
"강남 집값은 규제로 잡기 힘들어…'입지 가치' 낮춰야"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사진)은 부동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 분석 전문가로 통한다. 허허벌판이던 김포 한강신도시의 첫 아파트 단지가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했을 때도 그가 수요조사를 맡았다. 분석은 20년 가까이 그의 직업이었다. 갤럽 등 리서치업체에서 건설사와 시행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입지분석과 수요조사를 했다.
회사에서의 업무로만 끝났다면 ‘일 잘하는 월급 쟁이’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빠숑’이란 필명으로 일반과 부동산 얘기를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기처럼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간지 등에 연재하던 부동산 전문 칼럼을 4년 전부터 블로그에도 실으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현재는 구독자가 7만여명에 이른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값이 5년여 만에 최대폭 하락했다는 통계가 발표됐고, 하반기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한국감정원 전망까지 나왔다. 하락을 이끄는 건 지방 부동산 시장이다. 서울 및 수도권은 매수자와 매도자간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이 지역에 따라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다. 입지에 따라 시장이 갈리는 형국이 된 셈이다. 입지 전문가가 예상하는 서울 강남 및 주요지역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16일 그를 만나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강남 집값이 더 오를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가 높다.
“강남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전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2~3년 뒤 서울에서 아파트 수급은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북에선 재개발이 올스톱 상태이고 강남에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추가 공급이 힘들어졌다. 압구정과 반포 등지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강남에서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강남 집값을 밀어올릴 요인이다. 다른 지역들은 기업이 들어오라고 노래를 불러도 오히려 줄어드는데 강남은 반대다.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위례신사선 등 대형 개발이 줄줄이다. 강남은 오히려 업무중심지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서울에 이 정도로 개발이 집중되는 지역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소용 없다는 얘긴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강남 집값을 잡을 방법은 한 가지다. 규제로 억누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강남을 선호하지 않도록 혐오시설을 들이면 된다. 초고층 재건축 등 강남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조건으로 화장터나 쓰레기처리시설 같은 기피시설을 강남으로 보내는 식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가격은 자발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남엔 혐오시설은 커녕 선호시설만 들어가고 있다. 그래놓고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강남에 투자해도 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지금은 가격이 아닌 입지를 봐야하는 장세다. 눈치보기가 이어져 더 오를 곳들이 못 오르고 있다. 비싼 아파트는 앞으로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달의 조정도 준공 10년이 넘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신축은 거의 조정을 받지 않았다. 강남 시장이 위축됐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준공을 대기 중인 새 아파트들의 입주가 끝나면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더욱 탄력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압구정의 1 대 1 재건축이 확정된다면 1급지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 투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선 강남 같은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노리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다른 수도권은 어떤가.
“우선 수도권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론 행정구역상 서울과 인천·경기도를 수도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도권은 수도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왕래하기 편한 지역이다. 다시 말하자면 서울까지의 교통망이 잘 갖춰진 곳들이다. 이들 지역이 부동산 시장의 주류다.
행정·경제적인 핵심시설이 들어선 지역들은 강세다. 경기도 바깥인 천안이나 춘천의 집값이 슬금슬금 오르는 건 사실상 수도권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1시간 안팎이면 서울로 오갈 수 있다. 강원도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는 곳은 춘천이 유일하다. 반면 경기도임에도 평택이나 안성 등 수도권 남부 지역들의 경우 현재로선 앞서 말한 지역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공급까지 많다. 경기 북부의 집값이 약세인 것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까닭이다. 입지로 본다면 베드타운으로서도 역할을 못 하는 셈이다.
서울이 가까운 인천에서도 교통망에 따른 차이가 크다. 7호선이 연장되는 서구와 부평구는 서울 출퇴근 수요가 있기 때문에 유망하다. 하지만 다른 지역들은 마땅한 재료가 없다. 다만 송도의 경우엔 자체 수요가 많아 달리 봐야 한다.”
▶최근엔 1기 신도시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일산만 따로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 ‘대장’인 분당은 차치하더라도 중동과 산본까지 다 오르는데 일산만 소외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킨텍스 주변을 제외하면 호재가 없다. 삼송·지축·원흥·향동·덕은·능곡 등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은 덕양구로 호재가 몰렸다. 이들 지역은 개발이 진행될수록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일산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유일한 호재인데 이것도 킨텍스와 호수공원 주변에 국한될 뿐이다. 풍동과 탄현 등지는 영향권이 아니다. 최근엔 신분당선이 연장될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 부동산 관련 강의하는 이들 가운데 ‘찍어주기’로 일산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지만 믿지 말 것을 권한다.”
▶지방은 어떤가.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기점으로 대구는 반등한 반면 부산은 이후 줄곧 약세다.
“대구에서 수성구가 뜨거운 건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돼서다. 사실 도심재생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사실은 교육 등의 이유로 투자자들보단 실수요자들이 더욱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하지만 대구도 택지는 약세다. 국지적인 반등이란 얘기다.
부산의 경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쉬지 않고 올랐다. 2017년 상반기부터는 조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파트가격이 오른 탓에 공급이 확 불어난 영향이다. 자발적인 조정이 이뤄졌을 시장인데 그해 여름부터 규제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시장이 더욱 망가진 모양새다. 대책을 만들 때 과거의 데이터만 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운대 쪽에서의 분양은 잘 된다. 대도시의 경우엔 시장을 세분화 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갭 투자자들이 요즘 대전으로 몰린다는데. 위험하지 않은가.
“대전은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는 시장이다. 세종시에 지속적으로 수요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갭(Gap)이 좁아 싸다고 덥썩 물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학군이 강세이고 새 아파트가 많은 유성구와 서구 정도를 제외하면 큰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동구와 중구는 세종시의 입주가 진행될수록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의 경우엔 몇 곳을 제외하면 사업성이 높지도 않은 편이다.
세종은 아직 개발이 반도 안 끝났다. 6생활권 개발이 끝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주변을 둘러싼 산업단지들에 일자리가 채워지는 순간 실질적은 생활권은 더욱 넓어진다. 외연이 커지면서 지금은 세종시 외곽인 곳들은 나중엔 중간 입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목표인구가 60만명이라지만 실제로는 80만명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동남해안 중공업벨트 지역 부동산시장도 어려운 상태다.
“큰 조정을 받은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앞으로도 최소한 1년 이상은 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원처럼 인구가 받쳐주고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라면 조정기에 저렴하게 매입하는 걸 고려해볼 수도 있다. 물론 핵심 입지만 노려야 한다. 예전이라면 비싸서 못 샀던 집을 저렴할 때 쥐는 셈이다. 창원은 거제나 울산 등 주변 산업도시들에 비하면 그나마 경기는 나은 편이기도 하다. 2010년 전후로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이 폭락할 때도 거꾸로 매수한 이들이 승자가 됐다. 핵심지는 거품이 제거될 때가 매수 적기가 될 수 있다.
호남의 경우 투자로 바라본다면 가격이 빠지진 않을 것이다. 한 번도 과잉공급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다만 호재도 마땅치 않아 5~1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중공업 침체로 군산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여수와 광양 등지는 건재하다. 기반시설이 갖춰진 데다 소비도 활발하고 새 아파트 공급량도 적절해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적재적소에 공급된다고 봐야 하나.
“양극화를 낳을 우려가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60% 안팎의 분양가에 공급하려면 원가가 낮은 땅 위에 짓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 입지가 안 좋은 곳, 택지지구에서도 끝자락이 될 수밖에 없다. 그곳들은 지금도 인기가 없다. 기존 집값도 맥을 못 추는데 저렴한 아파트가 추가로 들어오면 시장은 함께 무너지는 셈이다. 신혼희망타운이 조성되는 지역 전반의 시세가 하향평준화될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나는 달리 본다. 지역 안에서도 입지가 좋은 단지들은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게 입지와 가격의 양극화다.”
▶공급 대상지역이 현재까지만 60곳으로 많은 편인데.
“수요가 많은 지역엔 공급이 없고 이미 물량이 과잉된 지역엔 추가로 공급되는 게 문제다.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이다. 하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보자. 신혼희망타운 대상지역 가운데 서울은 도너츠처럼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반면 부동산시장이 전멸 직전인 울산과 창원, 김해, 충청 등지엔 공급이 추가로 쏟아진다. 이들 지역은 굳이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더라도 신혼부부들이 아파트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파주 운정과 의정부 고산, 양주 회천, 원주 무실, 청주 지북, 완주 삼봉, 부산 기장과 명지, 양산, 김해 등의 대상지 가운데서 기존 도심은 한 곳도 없다. 교통망이나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아니다. 신혼부부들에겐 출퇴근 편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자녀가 어리거나 낳기 전이라면 교육은 당장 닥친 문제는 아니어서다. 하지만 교통은 이사 직후부터 마주치는 문제다. 외딴 곳에 집을 덩그러니 지어놓고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활성화되지 않은 곳을 개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런 점에서 신혼희망타운은 입지 선정에 완전히 실패했다. 자칫 유령 신도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집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기반시설도 함께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힘들 것이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와 분당에도 공급된다. 이들은 수도권에서도 핵심지역 아닌가.
“위례와 서현 외에도 서울 수서와 김포 고촌, 고양 지축, 구리 갈매, 남양주 별내, 하남 감일,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은 유망한 지역이다. 하지만 공급 가구수를 따져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수도권 수요를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반면 몇 천 가구씩 공급하는 지역들을 보면 대부분 입지가 좋지 않다. 그나마도 기존 임대주택이 들어갈 위치에서 형태를 신혼희망타운으로 바꾼 게 많다. 공적주택 100만호 숫자 채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기왕 돈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건설사들이 주로 어떤 시장 조사를 의뢰하나.
“특정 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에 대한 수요다. 이를 토대로 시장성을 계산해 적정 분양가는 물론 마케팅 방법을 제안한다. 아파트 단지 한 곳을 분양한다면 통상 3~4년 전부터 3단계에 걸쳐 조사한다. 예컨대 지역이 강남이라면 강남구와 주변 지역으로 모집단을 설정하고 소득 등에 따라 가구주를 샘플링해 가격대별 분양 의향률을 설문하는 식이다. 분양 의향률이 30% 정도만 나와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만약 40~50% 이상이라면 조사가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조사하면 수요예측은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최근 분양한 ‘래미안목동아델리체’의 경우 사전 조사에서 3.3㎡당 적정 분양가격이 2500만원 내외로 조사됐다. 물론 이를 그대로 반영한 건 아니겠지만 실제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대에 책정됐고 청약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평촌신도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범계역모비우스’ 상업시설도 마찬가지다. 주변 정주인구와 범계역 상권 경쟁력, 분양수요를 조사한 뒤 적정 분양가를 제시했다. 안 팔리면 내가 다 사겠다고 했을 정도다. 이 상가는 1층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3.3㎡당 2억원 안팎에 분양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렸다. 시행사로서도 이 같은 가격에 완판한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들었다.
물론 조사 결과 수요가 없다면 아예 분양을 하지 말라고 제안한다. 아파트의 경우 2010년~2013년에 조사한 100여 곳의 단지 가운데 90%에서 수요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집은 아무리 가격이 낮아도 수요가 없다면 팔리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집을 살 때 어떤 부분을 조사해야 하나.
“수요·공급과 시세 조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변 분양 단지들의 청약결과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경쟁률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계약까지 제대로 끝났는지가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정작 계약이 제때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가수요가 붙은 결과라서다. 청약경쟁률은 수요자들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잘못 받아들이기 쉬운 데이터다. 실수요자라면 집을 사기에 앞서 자신이 정말 살고 싶은 입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시세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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