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대표로 10년 만에 경영 복귀한 '다음 창업자' 이재웅

입력 2018-07-17 18:12   수정 2018-07-18 09:20

"쏘카와 같은 꿈꾸는 스타트업 공격적으로 인수할 것"

쏘카 대규모 적자 기록했지만…
빠른 성장 위해 투자·확장 주력

과도한 규제로 고통받는 벤처들
막연히 "규제 풀라"고 하지말고
기존 업계와 사회적 합의 필요



[ 임현우 기자 ]
“포털 사업을 할 때는 직원 몇천 명이 자기 일만 잘하면 끝이었는데 카셰어링(차량공유) 사업은 훨씬 어렵고 복잡합니다. 정비, 세차, 보험 같은 것은 물론이고 제도와 관습, 일자리 같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가 축약된 사업이기도 합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창업자로 널리 알려진 이재웅 쏘카 대표는 “기술과 데이터로 모빌리티(이동수단)를 혁신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자는 쏘카의 초심으로 돌아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10분 빌리는 건데 카셰어링이 무슨 혁신이냐’고도 하지만 쏘카는 이미 많은 사람의 차량 이용 습관을 바꿔놓고 있다”고 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차량을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설립된 쏘카는 회원 390만 명, 차량 1만 대를 보유한 국내 최대 차량공유업체다. 누적 예약 횟수가 지난해 1000만 건을 넘어섰다. 정해진 장소에서 차를 빌려 타는 점은 렌터카와 비슷하다. 다만 1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고 운영의 상당 부분을 모바일 기반으로 자동화한 점이 다르다.

쏘카의 최대 주주인 그는 지난 4월 대표를 직접 맡아 10년 만에 벤처 경영자로 복귀했다. 쏘카는 매출이 해마다 300억~400억원꼴로 뛰고 있지만 4년 동안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상황이었다. 지난해 매출 1210억원, 영업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쏘카 실적에 우려의 시선이 많다는 걸 잘 안다”면서도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익을 내려면 낼 수 있었지만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올초 사모펀드에서 600억원을 투자받은 만큼 자금 사정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매출은 늘고 적자는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쏘카는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이달 들어 자율주행 연구업체 라이드플럭스와 메신저 운영업체 VCNC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 대표는 “우리와 같은 방향을 꿈꾸는 사람과 기업이라면 지분 인수, 합작법인 설립 등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 ‘벤처 1세대’인 그에게 스타트업 생태계가 20년 전보다 좋아졌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창업한 기업은 많아졌지만 혁신적인 기업은 줄어든 것 같다”고 답했다. 큰 변화를 꿈꾸기보다 작은 시장에서 적당한 성과를 올리고 만족하는 스타트업이 넘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나 엑시트(자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좌절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보면서 창업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한국처럼 적은 나라가 없다”면서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버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세금 다 내고 법만 지킨다면 문제가 안 된다”며 “어떤 기업이든 특혜도 차별도 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트업과 관련한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는 스타트업 자신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풀어달라’고만 했지 과연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적극 대안을 제시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모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저도 벤처 할 때 사회와의 소통은 많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다 벤처 선배’가 됐는데 그런 부분에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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