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중저 신용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소폭 늘렸다. 그러나 그 규모가 여전히 케이뱅크나 시중은행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6~7% 미만' 금리로 신용대출을 취급한 비중은 1.5%로 전달 0.2%에서 7.5배 증가했다.
'5~6% 미만' 금리 비중은 1.2%에서 4.5%로 4배 가까이 늘었다. '4~5% 미만' 구간에서 신용대출을 실행한 비중도 23.6%에서 24.2%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금리 '4% 미만'의 신용대출은 75.0%에서 69.8%로 줄었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와 달리 중저 신용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뱅크가 집행한 신용대출이 대부분 4~6% 금리 구간에서 이뤄진 탓이다. 지난 4월에는 6% 이상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되고, 가중평균금리가 연 16.5% 이하인 가계신용대출 상품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통상 최저 6%, 최고 20%까지 중금리 대출로 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 초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공언했다. 오프라인 점포·인력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금리 혜택과 편의성을 높이고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같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 대출, 비상금 대출 등의 신규 취급 대출 금리를 최대 0.04%포인트 인하하고 나선 것.
당시 카카오뱅크 측은 "중저 신용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중저 신용자들의 대출 이용 문턱을 낮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물론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중금리 대출 비중이 현저히 작아서다.
지난달 케이뱅크가 6% 이상 금리를 적용한 신용대출 비중은 37.2%를 차지했다. '10% 이상' 금리를 적용한 신용대출도 7.4%에 달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가 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금리 구간(7~10% 이상)에서 전체 신용대출의 19.1%을 집행했다.
시중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도 카카오뱅크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금리 6% 이상의 신용대출 비중은 평균 16.4%로 집계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고객들이 직접 혜택을 누리는 금리나 대출 부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금 환경을 볼 때는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은 인터넷은행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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