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망 우선협상대상자들
정부와 한 차례도 논의못해
공사 진행 중인 시공사들은
비용 보전 원하지만 불확실
국토부 세부지침만 기다려
주민 불편 장기화 가능성
[ 양길성/서기열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신안산선 우선협상대상자들은 시설사업기본계획에 나온 공기 60개월에 맞춰 올초 국토교통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개정 근로기준법 이전 기준으로 사업비와 공사 기간을 책정했다. 주당 최장 68시간 근무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비교하면 주 평균 근무시간이 최장 12시간 길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GTX A노선 우선협상대상자인 C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최소 1000억원 이상 증액해 공기를 맞추거나 공사 기간을 9개월 안팎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이 둘 다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연장 협의 시작도 못해
아직 착공하지 않은 철도망 우선협상대상자들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발주처인 국토부와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못했다. 실시협약 체결 협상이 운영 방식, 기본설계, 궤도 등 기술적인 논의에 그쳐서다. 신안산선 건설사업을 맡은 D사 관계자는 “협상 초기라 사업비에 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공사가 느끼는 부담은 크다”며 “앞으로 공사비와 공기를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따라 개통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당초 완공 예정 시점은 2023년이다.
두 철도망은 수도권 서남부와 서북부 거주자의 숙원사업이다.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주는 철도망이어서다. 경기 파주~일산~서울 삼성~경기 동탄을 잇는 GTX A노선은 표정속도 110㎞/h로 달린다.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네 배 빠르다. 개통 뒤 일산~서울역 이동 시간은 52분에서 13분으로 단축된다. 경기 안산~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이 개통하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소요 시간이 1시간30분에서 30분대로 줄어든다. 사업비는 각각 3조3641억원과 3조3895억원에 달한다.
공사 중인 노선은 국토부 눈치보기
공사 중인 사업장들도 개통 지연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 지침’을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전달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한 이달 1일 이전 발주한 계약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 기간을 연기하거나 준공 지연이 불가피할 경우 늘어난 사업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공사 중인 현장의 시공사들은 국토부가 추가로 세부적인 비용 보전 지침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토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기재부 지침에 맞춰 공기와 공사비를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당선 연장선(강남역~신사역)을 공사 중인 E사 관계자는 “기재부는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있어 국토부 세부지침이 필요하다”며 “이후에나 예산 및 공사 기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당 근무시간과 관련한 기존 계약 해석도 달라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통상 주 6일에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고 있어 주 52시간을 넘는 사업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부장은 “명시적으로 주당 근무시간까지 계약서에 넣은 사례는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현장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주 60시간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건설회사는 주 52시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토부 눈치만 보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하남선) 공사를 맡은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5명이 한 팀을 이뤄 공사하던 협력 업체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최소 2~3명을 더 고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실제 사업비를 지원할지, 언제 지원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고용하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공사를 진행 중인 수도권 철도망은 예외 없이 예산 부족, 난공사 구간 출현,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공기가 1~3년씩 늘어났다”며 “주 52시간 근무까지 더해져 개통이 더 늦어지면서 주민 불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길성/서기열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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