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선박 확보·적정 운임 제시 필요
지속적 투자 위한 국민 합의 도출해야
박명섭 < 성균관대 교수·글로벌경영학 >
“바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바다를 국민의 행복 공간으로 만든다.”
이는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명시된 미션이다. 몇 년 전 이 문구를 보고 이보다 더 좋은 미션이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겪었다. 바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기는커녕 기존의 가치도 잃었으며, 바다가 국민의 불행 공간이 돼 버리지 않았던가.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돈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화물 흐름(물류)도 막힘이 없어야 한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영 시대에는 원자재 조달이나 완제품의 수출입 등 공급사슬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선박, 그중에서도 컨테이너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하고 믿을 만한 품질의 해상운송 서비스 확보가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운은 경기에 따라 운임의 등락이 큰 시황 산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이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국가에서는 선사가 항로와 배선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불황의 파고는 넘을 수 있는지, 호황 시 운임이 지나치게 오르지는 않는지에 대해 화주와 정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운사 매출은 무역 거래 비용이므로, 화주 입장에서 보면 선사 간 경쟁을 통해 운임은 최대한 낮추되 항로의 독과점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세계 해운시장은 독과점을 놓고 벌이는 헤게모니 경쟁이 한창이다. 이런 경쟁은 결국 선사 간 동맹 및 인수합병(M&A) 또는 파산 등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몇 개 그룹만이 운임을 독식하며 미래 해운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이들 몇 개 그룹으로는 유럽계 2M, 중국계 오션(Ocean), 일본계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해운 환경 변화와 우리의 무역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일정 규모의 해운사를 육성하는 것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해운은 국가 경제가 완전한 내수 중심 또는 내륙 중심으로 되지 않는 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화물 확보 지원, 경영 안전 지원을 축으로 하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지난 4월5일 발표했다.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직·간접적인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해운 투자를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선대 확충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은 고무적이고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불황기에 직접 선박을 확보하고, 이 선박을 국내 선사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용선하면, 경쟁력 있는 운임을 국내 화주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적인 자금 투입에 따른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해운이 갖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해운이 무역과 국제수지, 나아가 국가경제와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효과를 정확히 추정해 홍보하는 정책과 해운 재건 계획을 병행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불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대규모 해운 지원 정책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제 조약 및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5일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바다에서 새로운 가치를 더 많이 찾게 해주고, 바다를 진정한 ‘국민의 행복 공간’으로 만드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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