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뚝심-아들의 뒷심, 父子의 '태양광 합심'… 한화, 日서 환하게 웃다

입력 2018-07-19 17:50  

한화큐셀, 7년 만에 日 태양광 점유율 1위

'전자기업의 무덤' 日서 쾌거
주택용 특화제품으로 공략
교세라·파나소닉 등 라이벌 제쳐

진천, 단일공장 최대 핵심기지로
고효율 모듈 70% 이상 수출
1분기 이익 17% 늘며 순항

'美 태양광 관세' 충격 줄이려
조지아주에 모듈 공장 건설



[ 박상익 기자 ]
한화가 일본 태양광 시장 1위에 올랐다. 2011년 한화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지 7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후지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태양전지 리포트 2018’에서 한화큐셀은 2017년 출고량 770메가와트(MW)로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집념과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현지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큐셀은 국내 공장에서 쌓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첨단 기술로 고효율·고품질 달성

일본 시장은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취향이 까다로워 국내 유명 전자기업들도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다. 교세라, 파나소닉 등 현지 태양광 제조사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한화큐셀은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주택 면적이 좁은 일본 주택을 고려해 기존의 60셀, 72셀보다 작은 32셀, 48셀 모듈 제품을 출시했다.

한화큐셀은 일본을 비롯한 미국,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배경을 진천공장의 높은 기술력에서 찾고 있다.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음성을 비롯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 셀(전지)과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은 셀과 모듈 각 8기가와트(GW)로, 셀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이는 120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중에서도 셀 3.7GW, 모듈 1.4GW를 생산하는 진천공장은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한화큐셀의 핵심 생산기지다.

지난 18일 찾은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는 태양광 셀의 핵심 부품인 웨이퍼가 끊임없이 기계에 투입되고 있었다. 태양광 셀은 폴리실리콘이 원료인 웨이퍼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고 반사방지막 등을 입혀 만든다. 이 셀을 60장이나 72장씩 모아 조립하면 주택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양광 모듈이 된다. 진천공장에서는 직선거리 330m의 생산설비에 웨이퍼를 투입해 셀을 만든다. 1공장에서 생산된 셀은 음성공장에서 모듈로 제작된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2공장은 2층에서 만든 셀을 1층으로 내려 모듈로 조립한다. 한화큐셀이 진천 2공장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 공정으로 불량률 ‘제로’ 도전

지난해 진천공장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의 90% 이상은 수출됐다. 올해는 2공장 증설과 국내 태양광 시장 확대가 맞물려 수출과 내수 비율이 7 대 3 정도라고 한화큐셀은 설명했다. 태양광 셀 세계 1위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화큐셀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효율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기술은 품질관리 시스템인 ‘트라큐’다. 공장에 웨이퍼가 입고되면 가장 먼저 레이저로 QR코드 같은 식별마크를 새긴다. 이를 통해 각 셀이 어떤 조건에서 생산됐는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단순히 불량품을 걸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량 원인을 자동으로 조사해 공정 개선에 활용한다.

류성주 한화큐셀 한국공장장(전무)은 “트라큐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공장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2공장 설비에 반영해 불량률을 50% 이상 떨어뜨렸다”며 “자동화된 설비와 인공지능(AI) 품질검사로 미세한 결함까지 확인해 품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공장에서 만든 태양광 모듈 신제품 큐피크 듀오는 기존 제품에 비해 출력이 20% 높아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한화큐셀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난 3310만달러(약 3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4억43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5% 늘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대 초반 시작한 이후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진천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2016년 “생산공장 후보지를 말레이시아에서 진천으로 바꾼 이유는 국내의 고용 증대와 태양광산업의 전략적 육성이라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공헌해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한화큐셀을 업어드리고 싶어 방문했다”고 격려했다.

◆“정책 뒷받침되면 경제성 높아”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화큐셀은 미국에서도 2016~2017년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인해 셀과 모듈에 4년간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이에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1.6GW 규모의 모듈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모듈은 셀과 달리 관세 면제 혜택이 없어 현지 생산으로 관세 충격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미국 시장의 난관 등으로 인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조현수 한화큐셀 대표는 “국내에서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활성화하면 다른 발전원에 비해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대규모 매립지를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하면 환경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천=박상익 기자 dirn@han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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