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오르내리며 목숨 건 구조
11년째 '산 속 경찰서' 지킴이
[ 임락근 기자 ]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일 서울 북한산 중턱에 자리잡은 도선사. 턱까지 차오른 숨을 참고 다시 백운대 쪽으로 30분가량 오르자 냇가 옆 오두막이 보였다. 해발 550m. 북한산경찰산악구조대가 둥지를 틀고 있는 국내 첫 ‘산중 경찰서’다.
북한산경찰산악구조대는 1983년 4월 인수봉 인근에서 대학생 7명이 조난당해 사망한 참사를 계기로 그해 5월 창설됐다. 1988년 출범한 소방 산악구조대보다 5년이나 빨랐다. 경찰에서 운영 중인 산악구조대는 도봉산과 북한산 두 곳뿐이다.
119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 산악구조대 측에도 출동 요청이 들어온다. 사고 지점이 산 아래 있는 소방 산악구조대에 가까우면 119구급대가 출동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발생한 사건은 대부분 경찰 산악구조대가 맡는다. 경찰 산악구조대는 초창기 24인용 군대 야전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다 현재는 100㎡ 규모 목조 건물에서 3명의 대원과 4명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전성권 산악구조대장(50·경위)은 “북한산은 해마다 800만 명가량의 등산객이 찾는 만큼 각종 사건사고가 연평균 150~200건 발생한다”며 “이곳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24시간 출동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1990년 순경으로 입직한 전 대장은 산이 좋아 산악구조대에 자원했고 산속에서만 11년을 보냈다.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다. 그는 “추락 사고의 경우 중상이 많다”며 “헬기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 지혈 등 간단한 응급조치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꺼져가는 생명을 극적으로 구한 사례도 있다. 2015년 10월 백운봉 인근에서 40대 후반 여성이 등산로를 걷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한 전 대장은 평소 30분 걸리는 거리를 단 6분 만에 뛰어갔다. 이미 환자 몸에서는 냉기가 느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3분여 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 대장은 “환자가 생명을 구해줘 감사하다고 전화했을 때 뭉클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전 대장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살린 사람에게 수여하는 ‘하트세이버’ 인증도 받았다.
산악구조대 생활 여건은 열악하다. 사무실엔 화장실이 따로 없다. 냇가가 마르면 수도 공급도 끊긴다. 출퇴근과 순찰 및 구조를 위해 매일 세 시간 이상 산을 탄다. 헬기가 오지 못하는 곳에서 환자를 업거나 들것에 싣고 나르는 일이 다반사다. 기암절벽에서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목숨을 건 구조에 나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 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산악구조 전문가로서 평생 몸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우리가 포기하면 모든 게 끝이잖아요. 힘 닿는 한 이곳에서 경찰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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