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칼럼] 新중상주의 시대의 격랑 헤쳐나가려면

입력 2018-07-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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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중상주의 기류 속 경제위기 올 수도
정부·기업 머리 맞대고 수출 세심히 살펴
산업·품목별로 애로요인 하나하나 풀어야

조환익 < 한양대 교수, 前 한국전력공사 사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시장을 신(新)중상주의 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는 국가 간의 교역을 무역수지라는 단기적 손익계산서로만 평가한다. 비단 무역뿐이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도, 동맹국 안보도, 심지어 이민자 문제까지도 그 관점에서 득실만 따지고 있다. 아마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학자는 자유시장경제나 국가 간의 비교우위 교역론을 각각 주창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아닐까? 가장 따르고 싶은 정치인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 철저한 보호무역에 의한 중상주의에 앞장선 콜베르 재무장관일 듯하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보복을 확전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 문제로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전 세계가 관세·비관세 장벽을 앞다퉈 높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에도 이제 먼 산의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미·중·EU의 ‘빅3’ 전쟁에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조정 역할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제어 기능이 고장난 열차는 빨리 멈춰설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거품이 꺼져 위기를 맞을 때마다 밖에서 활로를 찾았고, 체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들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랬고, 10년 후 닥쳐온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외환위기 때는 급락한 원화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조선·석유화학·철강 등 당시 주력 산업 제품의 수출에 총력을 다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며 제조업 부문의 재도약을 이뤄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극심한 시장 불안 상황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국이 다시 경제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기술(IT) 부문의 중국 수출 호조 등을 중심으로 위기를 보란 듯이 벗어났다. 우리가 현재 닥친 상황이 과거 두 번의 위기처럼 심각한 상황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철강에 이어 자동차에까지 관세폭탄이 떨어질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좀 오래됐지만 미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란 책이 발간된 적이 있다. 중국의 값싼 제품에 길들여진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룬 이야기다. 그만큼 중국 제품의 사실상 수입 금지는 미국 내에서 강한 반론이 제기될 것이고, 어느 정도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막무가내인 트럼프다. 11월 중간선거도 앞둔 상황이다.

위기에 대한 준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정부는 비상대책회의를 하는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어두운 점은 우리의 주력 제품이 예전과 같은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세계적 중상주의 기류 속에 비상한 각오로 수출 전선을 더욱 세심히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제품의 생산과 수출에 들어가는 간접비용을 총 점검해 낮춰야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 신용을 최대한 늘리고, 각종 해외 전시회 등에 우리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이 참가해 우수한 상품을 알리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생산과 투자 및 수출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혁파해야 함은 물론이다.

재정을 푸는 거시경제 수단으로 수출을 돕는 길은 한계가 있다. 산업·품목별로 애로요인을 점검해 하나하나 풀어주는 미시경제적 처방이 보다 현실적이다. 미국 등 각국 정부와의 통상마찰에 대응해 국익을 지켜나갈 통상 협상 전문가를 발굴하고, 국제통상법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한다.

19세기 영국은 나폴레옹의 프랑스와 교전 중에도 교전 상대국인 프랑스에 군복지를 수출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나 자원 보유 현황 등을 볼 때 내수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끊임없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유지해야 한다. 수출주도 성장의 낙수효과와 같은 논란에 소모할 시간이 없다.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한 번 탈락하면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수출의 불씨는 어떤 경우에도 지켜나가야 한다. 다시 한번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는 우리식 중상주의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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