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인수, 활로 모색
세계 M&A시장 29% 차지
[ 김동욱 기자 ]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일본 내 시장 확대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 기업 인수로 활로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1122억달러(약 127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M&A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9%로, 미국(1751억달러·4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유럽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941억달러·25%)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제약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의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를 7조엔(약 70조6900억원)에 인수한 영향이 컸지만 이외에도 크고 작은 M&A가 줄을 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우버테크놀로지스 출자, 도요타자동차의 싱가포르 자동차 공유업체인 그랩에 대한 출자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2010~2017년 연평균 750억달러(약 85조원) 규모로 꾸준한 편이다.
미쓰비시토지가 뉴욕 록펠러센터를 인수한 뒤 나타났던 1990년대 거품경제 시기의 ‘M&A 붐’을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은 2000년 이후 총 110조엔(약 1110조8000억원)을 해외 M&A에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상장사 순이익(약 300조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1년 이후엔 엔화 환율 변동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해외 기업 M&A가 늘어났다”며 “글로벌 M&A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 초반 3~5%에서 2011년 이후 10% 이상으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는 30%에 육박했다”고 평했다.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M&A에 나서는 이유로는 내수 시장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타가와 데쓰오 아오야마학원대 교수는 “인구 감소와 시장 성숙 등으로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일본 기업들이 M&A를 통해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기업 인수 성과는 기업별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전산은 적극적인 M&A로 자동차 및 산업용 모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 10년간 순이익이 다섯 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소 제조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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