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부터 '드루킹 연루' 투신 사망까지…노회찬 의원, 그는 누구인가?

입력 2018-07-23 11:29  


'드루킹' 김모(49)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정의당 노회찬(61) 의원이 23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 의원은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매우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문화적으로 풍부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첼로를 배워 수준급의 첼로 실력을 자랑하며 정치 초년생 시절에는 '첼로를 켜는 정치인'으로 자신을 알리기도 했다. 이때문에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노회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첼로였을 정도다. 또한 학창 시절에는 음악 뿐만 아니라 펜싱과 육상에도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1972년 부산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한 노 의원은 재수를 해서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는데 이 때부터 그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했다.

노 의원은 경기고 재학시절 10월 유신에 반대해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으며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경기고 동기 중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있으며 1년 선배로는 정두언 전 의원이 있다.

1976년, 고교 졸업 후 대학 입시에 낙방한 노 의원은 바로 군대에 입대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 1979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중 광주 민주화 운동에 크게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노동 운동에 뛰어 들게 됐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중반부터 시위를 조직하고 노조를 결성한 죄로 꽤 긴 시간 동안 수배자 신분으로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노 의원은 인천, 부천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단체들을 연합해 인천민주노동자연맹(약칭 인민노련)을 출범시키는 데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1989년, 인민노련 결성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수감생활을 했다.

노 의원의 정계입문은 90년대 초반 진보정당추진위원회의 대표를 역임하게 되면서 시작됐지만 제도권 정치를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진보정치연합의 대표로 대선에 나선 권영길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노회찬은 국민승리 21과 민주노동당을 거치며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노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이후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며 유명 진보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당내 갈등이 커지면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 초기 공동 당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2010년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한 노 의원은 당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를 했는데 이때문에 일부 진보권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서 심상정, 조승수와 함께 당을 탈당했고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해 치른 19대 총선에 서울 노원우 병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국회에 재입성했다.

그는 국회 활동에서도 눈에 띄는 행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7년 10월 19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신문지를 펼치고 누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UN 인권위에 제소를 했는데 노 의원이 이를 두고 자신이 직접 신문지를 들고와 국정잠사장에서 눕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또한 노 의원은 지난 7월 5일부터 유시민 작가가 하차한 썰전에 진보 논객으로 출연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논객들이 총선, 재보선 출마를 이유로 줄줄이 하차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현직 국회의원이 고정적으로 나서는 것은 흔한 상황은 아니다. 노 의원은 썰전 첫 출연부터 자유한국당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면서 이름 값에 맞는 활약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루킹 특검팀이 노 의원에 대한 계좌추적과 함께 그에게 불리한 진술과 정황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고 이러한 진술들을 뒷받침하는 자료까지 특검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썰전 게시판에는 노 의원에게 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썰전 제작진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의혹을 조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노 의원은 하차시킬 뜻이 없음을 전하기도 했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8분 서울 중구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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