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공공부문 대개혁' 급한데… 보좌관에 발목 잡힌 마크롱

입력 2018-07-23 17:24   수정 2018-10-21 00:01

보편적 가족수당 폐지 등
'퍼블릭 액션' 초안 만들었지만
'경호원 시민폭행'으로 여론 악화



[ 설지연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 공공부문을 바꾸기 위해 마련한 개혁안 초안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언론에 공개됐다. 보편적 가족수당 폐지, ‘현금 없는 사회’, 대학 재정자립 강화 등 고강도 개혁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경호 보좌관이 지난 5월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행세를 하며 시민을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마크롱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는 마크롱 정부가 공공부문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준비 중인 ‘퍼블릭 액션 2022’의 초안 일부를 이날 보도했다.

퍼블릭 액션 2022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 축소’, ‘공공 지출 600억유로(약 80조원) 감축’을 구체화하기 위한 개혁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부문이라는 요새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며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안에는 두 자녀 이상을 둔 가구에 지원하는 가족수당에서 소득 상위 30% 가구를 제외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프랑스는 1938년부터 출산장려를 위해 보편적 가족수당 제도를 도입해 양육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늘어나자 지원액을 자녀 수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했다. 새 개혁안은 이마저도 줄여 소득 상위 30%에는 아예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벨기에, 핀란드 등에서 추진하는 ‘현금 없는 사회’도 주요 개혁 과제로 들어갔다. 마크롱 정부는 이를 위해 소액 동전을 없애고, 세금을 받을 때도 현금이나 수표는 받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교육개혁도 포함됐다. 교육기관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재정자립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다. 중학교 수업시간을 주당 2시간 연장하고 교원 자격을 완화해 교사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밖에 공공 재원 확보를 위한 도시통행료 신설, 공정거래국 민영화 방안 등도 공개됐다. 하지만 ‘경호원 폭행 사건’으로 정치적 흠집이 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힘이 실릴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퍼블릭 액션 2022 개혁안의 초안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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