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의료명세서 빅데이터 분석
"지금까지 공개된 의료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우리는 의료 빅데이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조용현 라인웍스 대표(사진)는 라인웍스가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를 비롯한 직원 9명 모두 데이터 전문가다. 라인웍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명세서 빅데이터를 공개한 2014년 설립됐다. 조 대표는 "여러 데이터 가운데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게 가장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심평원 데이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했다.
심평원의 의료명세서 데이터는 매년 13억 건이 쌓인다. 의료명세서에는 질병, 의료행위, 치료재료, 의약품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라인웍스의 주요 서비스는 이 방대한 자료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주요 경향을 분석해 의료기관,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등에 제공하는 '엠디웍스(MDwalks)'다. 그는 "인포그래픽으로 빅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고객 수요에 맞게 데이터를 가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디웍스는 고객사가 제조·판매하는 제품의 시장성을 타 제품과 점유율을 비교해 분석하거나 치료재료, 의약품, 의료행위의 전체 처방 건수와 처방 금액을 보여준다. 그는 "예를 들어 대장암 환자가 항암제 외에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 알면 시장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하다"며 "의료명세서 데이터는 환자 수요와 의료 공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했다.
조 대표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원하는 자료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은 영업사원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어느 지역의 어느 병원에서 어떤 약이 많이 팔렸는지 알고 싶어한다. 반면 해외 기업은 사업 전략을 짜기 위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원한다. 그는 "수술 시 절제한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용 클립을 집는 기기를 파는 업체가 복강경 수술이 줄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받은 뒤 치료재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등 현명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라인웍스는 이번달부터 '자살 사망자 조사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분석 중인 자살자 7만여 명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자살 특징, 사망 장소, 빈발 지점 등 자살 실태를 간명하게 정리한다. 해당 데이터를 자살 예방 정책 개발·시행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조 대표는 "보통 자살 사망자의 가족이 자살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런 정보는 정부가 자살을 막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의료 빅데이터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 쌓인 의료 데이터의 용량만 10여 펩타바이트(PB)에 달한다. 1PB는 700MB짜리 영화 150만여 편을 담을 수 있는 크기다. 그는 "혈액 검사에서만 25가지 정보를 알 수 있다"며 "각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등 환자의 구체적인 의료 정보가 주어지면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이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위쪽의 초록 부분이 공개된 데이터고 아랫쪽의 갈색 부분이 미공개된 데이터다. 그는 "숨겨진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하다"며 "언젠가 병원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라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8억원이었다. 지난 4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9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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