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
국민연금 의결권 사전 공지 등
민감한 쟁점은 논의조차 못해
[ 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24일 오후 3시52분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실평위). 이틀 뒤인 26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최종 의결할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전문가 의견 청취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아침 식사와 보건복지부 실무자의 안건 설명을 포함해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민간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견은 “주주 가치가 훼손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주식을 팔고 나오는 ‘월스트리트룰’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포함시키자”는 한 위원의 제안이 유일했다.
이 위원은 “기금운용본부의 본연의 업무는 (주식을 사고파는) 포트폴리오 운용인데 ‘주주 관여(engagement)’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본업에 소홀하게 돼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것은 코드도입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의견에 대해 복지부 실무자가 원안의 취지를 계속 설명하자 위원들 사이에서 “그럼 복지부 원안에서 한 글자도 고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그러자 복지부 실무자는 “오늘 나온 의견은 기금위에 보고할 것”이라며 황급히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실평위에서 나온 의견이 기금위에 보고는 되겠지만 최종안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하는 참석자는 거의 없다. 지난 17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도 11명의 전문가가 각 쟁점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지만 복지부는 이날 실평위 위원들에게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요약한 한 쪽짜리 메모만 전달했다.
‘연금의 코드 도입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나 세부 방안에 대해선 소속 단체, 개인 철학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 제시’라고 시작하는 메모에는 △경영 참여 △의결권 위임 △가점 부여 △사전 공시 등 네 가지 쟁점에 대해 찬반 의견을 한 줄씩 간추려 소개했다. 쟁점을 숙지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암호로나 보일 만큼 짧고 불친절한 요약이었다.
이날 실평위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주주총회 이전에 사전 공지하는 방안 등 민감한 쟁점들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해 놓고, 요식 행위로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치다보니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7일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코드 도입을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건 어차피 의미도 없다”며 “그나마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의견을 적극 밝혔지만 벽에 대고 이야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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