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 디지털 장착… 금융그룹 새 역사 쓴다

입력 2018-07-25 16:37  

상반기 '두 토끼' 잡았다

KB·신한·하나·우리銀
부실대출 역대 최저로 실적 개선
非이자수익도 가파른 성장세
4대 금융그룹 순이익 6.3兆 돌파
수익성·건전성 모두 좋아져

농협금융, 빅데이터 역량 강화
BNK금융, 포트폴리오 재편 나서



[ 안상미 기자 ]
올 상반기 주요 금융그룹은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 및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6조3000억원을 넘는다. KB금융은 1조9150억원의 순이익으로 2008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성과를 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순이익이 1조3000억원을 웃돌면서 2007년 상반기(1조3360억원) 이후 최대 수익을 거뒀고, 하나금융도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1조303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올라 이자 수익이 늘고, 부실대출이 역대 최저인 게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이지만 글로벌, 자본시장 등 비은행, 비이자수익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도 금융사들의 이익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그룹들은 지속 성장을 위해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중장기 전략을 하나씩 추진해 나가고 있다. 자본시장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물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화를 통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정부 주문에 따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금융권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고, 생산적·포용적 금융 등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거둔 순이익 규모만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작년 신한금융으로부터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아 온 뒤 상승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을 ‘레이스(RACE) 2018’로 삼아 하반기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실현 가능한 전략을 짜면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세계 최고 수준의 직원 역량 확보로 도전적·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각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국내 인수합병(M&A)을 지속하면서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사업 확대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현지에 특화한 금융모델을 발굴해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차별화·전문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종합자산관리형 포트폴리오’를 판매하고, 자문단 및 리서치 센터의 역할과 기능도 확대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1조795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순항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앞세워 ‘아시아 리딩금융 그룹’ 도약에 나서고 있다. 비록 KB금융에 순이익 규모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선두권 입지를 지키고 있다. 신한금융은 연초부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화뿐만 아니라 금융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주 주도 아래 전 계열사가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디지털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작년부터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로 다른 금융지주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전략 담당 임원(CDO)을 도입했고, 조직도 재편했다. 미국 아마존, 일본 미즈호그룹 등과도 미래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 협약 관계를 맺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 7900억원이던 순이익 규모는 올 상반기 1조3038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 반열에 오른 하나금융은 ‘디지털’과 ‘글로벌’을 주축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고객 기반을 늘리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로 키울 계획이다. 디지털금융을 해외 진출 수단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라면세점, 일본 미즈호은행, 미국 오라클 등 글로벌 제휴사와 멤버십, 로열티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GLN(Global Loyalty Network)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미국 영국 등 20여 개국 글로벌 은행, 유통, 포인트 사업자와 함께 고객의 금융자산을 자유롭게 전환·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사업이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은행 체제로 경쟁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1조305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디지털금융 혁신 등 7개 혁신 과제 실천에 주력해온 덕분에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확보했다. 올 상반기에는 글로벌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의 선전으로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을 탈피한 탄탄한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하반기 우리은행의 최대 과제는 지주사 전환 작업이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에 지주 전환을 위한 인가신청을 내고, 본격적인 지주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9월 금융위 승인을 거쳐 12월 주주총회 결의를 마치고 내년 초 우리금융지주로 본격 출범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주사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 자산운용, 캐피털 등을 인수한 뒤 중장기적으로 증권, 보험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다른 금융지주처럼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농협금융은 글로벌 진출 확대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부문을 영업이익 1000억원, 전체 이익의 10% 비중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현재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농협캐피탈을 통해 글로벌 9개국에 14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농협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중국과 아시아지역 협동조합 또는 금융그룹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국가별 맞춤식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빅데이터 사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금융을 새 먹거리로 키울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고객 거래 성향을 분석해 마케팅 모형을 도출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NH 빅스퀘어’를 개발했다. 지주 아래 디지털전략부문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신설해 디지털 조직을 강화했다.

총자산 107조원(작년 말 기준)을 보유한 BNK금융은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이다. 부산은행을 주축으로 2011년 국내 첫 지역 금융그룹으로 출범했고, 2014년 경남은행과 2015년 BNK자산운용을 잇따라 인수하며 성장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2073억원)를 기록했다.

BNK금융은 올해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글로벌, 디지털금융 등을 4대 그룹 핵심 사업으로 선정해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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