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0명 中企 사장이 '부품 강국' 일본서 강연한 까닭은

입력 2018-07-25 17:24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김홍중 코베리 사장
리니어 모터 기술 뛰어나
생산제품 30% 日에 수출



[ 김낙훈 기자 ] 지난 4월18일 일본 도쿄의 전시장인 마쿠하리메세에서 ‘모터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10여 개 세션에서 약 40명의 연사가 등장했다. 일본전산과 혼다기술연구소, 닛산자동차 관계자와 도쿄대 교수 등 쟁쟁한 일본인 강연자 틈에 한국인이 한 명 있었다. 김홍중 코베리 사장(52·사진)이다. 일본 대기업 관계자들이 발표하는 자리에 한국의 중소기업인을 초대한 이유는 뭘까.

코베리는 경기 군포시에 있는 리니어모터(linear motor) 제조업체다. 직원 10명의 소기업이다. 리니어모터는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초정밀공작기계, 카메라모듈장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장비, 스마트폰 생산·검사장비 등 정밀 제품 제작에 주로 쓰인다. 김 사장은 “기존 리니어모터는 영구자석을 바닥면과 수평으로 배치했지만 우리 제품은 수직으로 배치했다”며 “정밀제어를 쉽게 할 수 있는 게 강점이고 유지보수도 간편하다”고 말했다.

부산기계공고와 조선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김 사장의 꿈은 전기공사업체를 차려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유학 경험이 있던 지도교수가 “돈은 나중에 벌고 공부를 더하라”며 일본 유학을 권유했다. 이게 인생을 바꿨다.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도쿄도시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히타치연구소에서 13년간 일했다. 연구원 시절 200건이 넘는 특허를 회사와 공동 출원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자 일본 동료들이 귀화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일본에 둔 채 홀로 귀국했다. 조국을 위해 뭔가 기여하자는 사명감이 있었다.

2010년 작은 공장 한쪽을 빌려 간판을 걸었다. 사명은 ‘Korea is very good’의 약자인 코베리(Kovery)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15억원)의 두 배인 30억원으로 잡았다. 아직은 내세울 만한 성적표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 차 있다.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생산제품의 30%가량을 일본으로 수출한다. 히타치의 옛 동료들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메커트로닉스(기계전자공학) 제품의 심장인 초정밀 모터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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