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모델링 (7 ·끝)
모호한 리모델링 규정 손질 필요
설계·시공분야 진입장벽 완화 등
건축 다양성 위한 제도 개편 시급
리모델링은 참 모호하다. 리모델링이라는 용어 자체만으로는 건축물 수선의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건축법 제정 당시 리모델링 활성화를 목적으로 인센티브 규정에만 치중해 개축과 대수선의 명확한 구분이 규정되지 않아 모호할 때가 많다. 건축법에서 개축은 건축물 전체를 철거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로 철거하는 수선으로서 가장 큰 범위의 수선으로 건축행위에 포함된다. 하지만 대수선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를 수선·변경하지만 건축물을 철거하는 수준엔 미치지 않는 정도의 수선으로 보고 있어 건축행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건축물 구조를 변경하는 대수선은 페인트칠이나 도배작업 등의 수선에 비해 건축물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건축법에서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건축법상 건축행위(신축 증축 개축 재축 이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개축과 대수선 규정은 개념적으로 주요 구조부의 수선 범위에 따라 건축안전 수준을 구분해 관리하고자 했으나 개축과 대수선이 주요 구조부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구분이 모호한 것이다.
<표>에서 보듯이 2017년 12월26일 건축법(제2조 제1항 제10호)을 일부 개정했지만 여전히 리모델링 개념은 모호하다. 또 건축법에서 주요 구조부의 수선이나 변경을 대수선으로 규정하고 관리하는 목적은 수선 과정에서 건축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구조부에 바닥(슬래브)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다. 지금까지는 건축법에서 바닥을 잘라내는 등의 수선은 위험한 건축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허가 또는 신고가 필요없다.
그뿐 아니라 건축법에서 리모델링 부분은 좀 더 세밀하게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 개정된 ‘건축주 직영공사 축소’와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 등의 건축법 개정에서도 리모델링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30조원이라고 한다. 또한 리모델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최근 신축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리모델링 관련법은 여전히 모호하다.
리모델링 분야는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설계 부분을 보면 현재 인허가를 받는 건축물 리모델링 설계는 건축사를 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수선 등의 리모델링 인허가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건축사들이 꺼리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점점 더 확대되는 리모델링 시장을 고려할 때 다양한 분야의 건축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건축사 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의 건축사들도 제대로 된 수입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무조건 건축사 시험 합격률을 높여 건축사를 대량 배출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그 대신 일본처럼 건축사도 1급, 2급, 목조 건축사로 나눠 건축의 외연과 저변을 우선 확대해야 한다. 건축의 외연을 키워 많은 건축사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실 지금 건축사시험의 폐쇄성은 건축 외연을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된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시공, 구조 등 다른 분야로 빠진 전공자들은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없게 돼 있다. 건축은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구조 등 다양한 경험이 보태져 더 좋은 건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지금의 시험제도는 능력과는 관계없이 설계분야 전공자만 건축사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벽을 쌓아놨다. 특별히 리모델링 같은 소규모 주택개발 프로젝트는 설계와 시공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능력만 보장된다면 자유롭게 겸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시공 부분에서도 건설업체(종합건설) 수가 부족하다. 지난 6월27일부터 적용된 건축주 직영공사 규모 축소로 인해 200~660㎡ 사이 소규모 건축물 공사의 경우 앞으로 공사업체가 매우 부족할 수 있다. 지금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업체 부족을 실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경기가 호전되면 당장 업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건설업 불법면허대여업체가 시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겠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건설업 설립 기준을 완화해 실력은 있지만 설립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축가들을 다양하게 편입시켜야 한다.
대형 건축물은 협업이 필요하다. 디벨로퍼, 건축사, 구조기술사, 실내디자이너, 전문감리업체, 건설업체, 분양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와 업체가 참여해 하나의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소규모 건축 및 리모델링은 1~2명의 건축전문가가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설계와 시공을 해낼 수 있다. 신진 설계사와 시공사에 진입장벽은 낮추고, 실력은 더 다양하게 검증해 실질적인 건축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축은 인간 생활의 필수 3대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를 담당한다. 하지만 건축에 관한 다양한 교육과 문화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설계 및 시공기술 인력 양성, 건축기획, 부동산 디벨로퍼, 건축문화, 건축교육 등 건축에 관한 다양한 일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하고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 도시가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 당연히 지역민의 삶의 질도 나아질 것이다. 건축계 사람들은 ‘노가다’ ‘도둑놈’ ‘건축하면 10년 늙는다’ 등의 말을 수없이 듣는다. 이제 건축은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행복한 작업이란 이미지를 갖길 희망한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을 당하면 변호사를 찾아가고,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건축가는 가장 행복할 때 찾아간다. 인생에서 가장 안정되고 행복한 시기에 집을 짓기 때문이다. 앞으로 건축의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가 개선돼 국민의 행복을 지켜주는 건축이 되길 바란다.
이종민 < 리노하우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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