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 방 모션베드
누적 판매 1만5000대 넘어
[ 전설리 기자 ] PPL(product placement)은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원래 영화를 제작할 때 각 장면에 사용될 소품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후 마케팅 광고 수단으로 널리 쓰여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에 제품이나 제작비를 협찬하고 그 대가로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최근 PPL 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배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룸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새로운 형태의 PPL을 했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침대에 나란히 눕는 장면에 일룸 모션베드(사진)를 놓았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려고 할 때 모션베드가 TV를 시청하기에 좋은 각도로 움직였다. 모션베드가 극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의 도구로 활용된 것이다.
일룸은 또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를 분석해 각각의 방을 캐릭터에 맞게 꾸몄다. 대기업 부회장인 남자 주인공의 방엔 갈색과 회색 톤의 가구를 배치했다. 밝고 당찬 성격의 비서인 여자 주인공 방은 밝은 흰색과 녹색 톤의 가구를 놓아 생동감 있게 꾸몄다. 여자 주인공 방에 놓여 있던 일룸의 ‘엘바’ 서랍형 책상은 드라마 방영 이후 한 달간 판매량이 방송 전 월평균 판매량에 비해 48% 증가했다. 모션베드는 6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만5000대를 돌파했다.
일룸 관계자는 “박민영 씨(여주인공)가 쓰는 책상과 침대가 어떤 제품이냐는 문의가 많았다”며 “각 제품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성격 및 이야기 흐름과 잘 어울려 거부감 없이 협찬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룸은 2016년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도 모션베드를 PPL해 매출이 두 배 뛰었다.
일룸과 함께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협찬한 에세이집 《모든 순간이 너였다》와 이탈리아 자동차 마세라티도 PPL 효과를 봤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여주인공의 연애 지침서로 남녀 주인공이 한 구절씩 읽으며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이 책은 PPL에 힘입어 6월 셋째 주 각종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랐다. 마세라티 공식수입업체 FMK 관계자는 “극 중 등장한 최고급 세단 ‘콰트로포르테’와 ‘그란투리스모’ 차량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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