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있지만 아주머니로 불려
이런 '투명인간' 위한 정당되겠다"
2012년 공동당대표 수락연설 화제
배우 김희애 남편이기도 한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고(故)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며 "정의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26일 밝혀 주목받고 있다.
평소 정치에 대해 별다른 의견개진을 한 바 없는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며칠 전 노회찬 의원 사망 기사를 보고 엄청 울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 지나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이 동영상을 보고 흐느껴 울었다"면서 "인생 처음으로 정당 당비를 내려고 한다. 그런다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실망감이 생기지 않도록 정의당이 잘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노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과 함께 당대표를 맡으면서 한 수락 연설을 링크했다.
1990년 ‘한글과컴퓨터’를 설립한 이 대표는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리다 1996년 배우 김희애씨와 결혼했다. 같은 해 치러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전국구 후보로 입당했으나 당 전체 득표 숫자가 부족해 바로 당선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앞선 순번의 당선자들이 유고가 생기는 바람에 97년 12월에야 의원직을 승계했으며 다음 해 5월 사업체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다음은 노 의원의 수락연설문 중 일부.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 개포동 주공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 출발버스와 4시5분 버스는 출발한지 15분만에 좌석은 만석이 되고 복도까지 한명한번 바닥에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시내버스인데도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럼 어느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누가 내리는지 모두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테 타시는 분들은 새벽 5시반이면 강남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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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에는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걸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달 85만원 받는 이 분들은 투명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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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찾을때 우리는 어디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진보정당은
대한민국을 움직여 온 수많은 투명인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할 때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대표 맡고 있는 동안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심상정 후보를 앞장세워 진보적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투명인간들의 이 진보정의당을 세우는데 모든 것을 털어넣겠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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