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입력 2018-07-26 18:01  

권영설 논설위원


블루오션 전략은 가치와 비용의 상충 관계를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전략론에선 가치와 비용은 이율배반적인 모순 관계로 분류됐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비용이 상승하고 값이 비싸진다. 반대로 원가를 줄이려고 하면 기능이나 차별화 요소들을 줄이고 그 결과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떨어져 싸구려가 되고 만다.

그래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이 주창한 기존 전략에선 기업이 택할 전략은 가치를 높이는 차별화 전략이거나 저가로 승부하는 가격경쟁 전략 두 가지 중 하나뿐이라고 강조해왔다.

블루오션 전략은 이와 반대로 가치를 높이면서 비용을 낮추는 활동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고, 그럴 때라야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전혀 다른 시장의 창출이 중요하다.

가치↑ 비용↓ 동시 추구의 모순

보통의 경우 신상품을 내놓으면 그동안 들어간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 뜻대로 가격을 매기는 경우가 많다. 가치가 높아졌으니 가격도 올려야 한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이 기꺼이 지급할 가격을 넘어서면 시장 진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모순된 선택을 다시 해야 한다. 무조건 비용을 낮춰야 한다. 당연히 원가를 낮출 만큼 낮췄다는 현장 반발에 부딪힌다. 이 지점에서 블루오션 전략이 권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

지금은 사양 산업이 됐지만 홈비디오 테이프는 한때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구매하는 데 100달러나 된다면 영화보다 20배 이상 비싼데 누가 사서 보겠는가. 이때 비디오업체가 물은 질문도 바로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였다. 결론은 대여점과 연계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비디오를 빌려 보게 되면서 비디오테이프는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꼭 블루오션 창출이 아니더라도 경영 현장에선 모순적인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다. 블루오션 전략의 예에서 보듯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여타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제거하면 충분히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역량 합치는 'V콤비네이션' 주목

경기도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 A사의 예를 보자. 이 회사는 음식물 쓰레기를 파쇄·분쇄하고 탈수시켜 건조 처리 직전 단계인 탈수케이크까지 만드는 데는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건조 과정이었다. 수분 함량 80%인 이 탈수케이크를 건조해 유용한 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돈도 많이 들고 환경 문제도 있었다. 자체 건조설비 제작에 30억~50억원이 드는 데다 경유 등 연료비도 큰 부담이었다. 더구나 400도까지 끌어올린 건조기도 환경 유해 물질을 그대로 배출했다.

이때 A사가 물은 질문도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였다. 이(異)업종에서 답을 찾았다. 소각장이었다. 소각로업체 B사가 갖고 있는 소각로는 열을 3000도까지 낼 수 있었다. 환경 문제에 관한 한 전문 업체였다. A와 B가 손잡고 제작한 것이 800도짜리 하이브리드 연소기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었다.

A와 B사의 협력 사례는 데스밸리(죽음의 사막)에 빠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끼리 손잡고 더욱 매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벤처(V) 콤비네이션’(한경 7월3일자 A1, 6면 참조) 사례로 주목받는 혁신이다. 요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누구와도 협력하는 열린 자세다. 속담대로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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