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작년 1429가구 구입
평창군 전체 거래량 77% 차지
올림픽 거치며 도로·철도 확충
서울~진부역 KTX 2시간 연결
3.3㎡ 대지 70만~100만원
[ 민경진 기자 ]
서울에서 30년간 교사로 재직하고 2년 전 퇴직한 A씨는 여름이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전원주택에 머문다. 해발 700m 고지여서 여름에도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드물고 열대야도 없어서다. A씨는 5년 전 660㎡ 땅을 매입해 2층짜리 전원주택(연면적 100㎡)을 지었다. 집 앞에 200㎡ 규모의 텃밭도 마련했다. 감자와 도라지, 쑥갓, 상추 등을 주로 심는다. 다만 겨울에는 서울 평창동 집에 머문다. 너무 추워서다.
◆‘해피700’ 찾는 사람들
A씨처럼 평창군에 세컨드하우스나 땅을 마련하는 외지인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창군에서 외지인이 사들인 주택은 1429가구다. 평창군 전체 거래량의 77%를 차지했다. 이 같은 외지인 비율은 전년 대비 20%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외지인이 토지를 매입한 사례도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평창군에서 거래된 토지 중 73%가량을 외지인이 사들였다. 외지인 토지 매입 비율은 2015년 66%에 이어 2016년 68%, 지난해 70%를 넘어섰다. 평창군 관계자는 “‘해피700’이란 말이 알려지면서 청정지역을 찾아 귀농·귀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700은 평창군이 내건 지역 BI(brand identity)다. 해발 700m 지점의 기후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월무 미드미디앤씨 대표는 “중소기업 오너, 성공한 전문경영인, 연예인 등 많은 슈퍼리치가 용평리조트 ‘버치힐’, 알펜시아 리조트 ‘트룬 에스테이트’ 등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다”며 “동계올림픽 전후로 중산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특화 휴양지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원한 지역으로 꼽힌다. 태백산맥 중앙에 있어 평균 해발고도가 600m를 넘는 까닭이다. 평창군 중심에 있는 대관령의 지난 5년간 여름 평균 기온은 19도 정도다. 같은 기간 서울(25도)보다 5도 이상 낮다. 국내에선 드물게 기상 관측 이래 열대야 현상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창보다 위도가 높은 강릉에선 지난 5년간 열대야가 연평균 18.2일 발생했다. 서울(18.4일) 대구(18.2일)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후 이외의 매력도 많다는 평가다. 매년 5만여 명이 찾는 흥정계곡을 비롯해 원당계곡 금당계곡 수항계곡 등 8개의 크고 작은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과 더불어 이름이 알려진 명산만 20여 개가 넘는다. 산과 물길 주변에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해발 1000m 정도 고지에 넓게 자리잡은 양떼·염소목장 등 자연 지형을 이용한 관광지도 인기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올림픽 개최로 개발이 이뤄졌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땐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과 계곡, 약수터가 많아 지낼수록 새롭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후 매매가격 횡보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치면서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이 많이 확충됐다. KTX 강릉선이 개통함에 따라 서울역에서 평창군 진부역까지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한 해 앞서 개통한 제2 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원주를 거쳐 평창까지 2시간~2시30분 정도 걸린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 평창군 횡계리 일대 토지(대지 기준) 가격은 3.3㎡당 80만원 수준이었다. 동계올림픽 개최 기대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하지만 2007년 개최지 유치에 두 번 실패하면서 50만원대로 내려갔다.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70만원까지 회복했다.
최근 시세는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관령면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전원주택 용지 가격은 3.3㎡당 70만~100만원 수준이다.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있는 대관령면 일대 시세가 100만원 정도로 비교적 높다. 흥정계곡 등 유명 계곡 주변 대지 가격도 3.3㎡당 100만원에 근접했다. 500㎡ 대지에 연면적 132㎡ 2층짜리 전원주택을 지을 경우 건축비를 포함해 3억7000만~3억8000만원 정도 든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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