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아파트도 구관이 명관?…펄펄나는 10~20년차 아파트

입력 2018-07-29 07:30   수정 2018-07-29 19:22

신축 치고나가자 '똘똘한 구축'도 키맞추기
건축연령 10~20년 아파트, 6월 상승률 1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서울에서 10~20년차 아파트가 가격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호재를 가진 20년 초과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가격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가 구축 아파트가 키 맞추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똘똘한 구축 전성시대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최모 씨 부부(30대)는 전세로 살던 신축 아파트에서 입주한 지 16년이 지난 구축 단지로 다음달 이사한다. 성별이 다른 두 자녀에게 각자 방을 주고 친정 부모님까지 모시려면 더 큰 아파트가 필요해서다. 지금 사는 단지의 전용 128㎡ 아파트 시세는 10억원을 훌쩍 웃돈다. 전세보증금 4억5000만원에 대출금을 수억원 더 보태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최 씨 부부는 인근 구축 단지로 눈을 돌렸다. 2002년 입주한 화곡동 P아파트 전용 125㎡ 물건을 7억원 대에 매수했다. 최 씨는 “이자비용을 크게 감당하면서 3~4억 더 비싼 신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마곡지구와 인접해 있어 일대 주택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기대해 ‘똘똘한 구축’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구축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면서 10~20년차 아파트가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15년 초과~ 20년 이하 아파트 가격은 0.49% 변동률을 기록하며 전 건축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0.35% 변동률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건축 연령 5년 이하 아파트는 0.07% 상승에 그쳤다.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는 0.09%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4월부터 나타났다. 4월에는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가 상승률 1위(0.57%)를 나타냈다. 5월에는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가 상승률 1위(0.42%)였다.


지난달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의 오름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서울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이다. 15년 초과~ 20년 이하 단지가 0.81% 변동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대문구 북가좌동 ‘월드컵 현대(1998년 준공)’ 전용 111㎡는 지난 6월 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5억1500만원에 실거래된 주택형이다. 다섯 달만에 7000만원 가량 올랐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현대(1999년 준공)’ 전용 84㎡는 지난 4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두 달 전 대비 6000만원 상승했다.

서남권에서도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 변동률이 0.52%로 가장 높았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인 동남권에서도 15~20년차가 가장 높은 상승률(0.14%)을 보였다. 영등포구에선 2000년에 입주한 신길동 ‘삼성래미안’ 전용 59㎡이 지난 5월 5억1000만원에 매매거래되며 지난 2월 대비 6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양천구 신월동 ‘벽산블루밍2단지(2003년 준공)‘ 전용 84㎡는 이달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연초에 비해 7000만원 정도 뛴 수준이다.

특히 뉴타운 인근 구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000년 입주한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 전용 84㎡는 지난 4월 6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 대비 1억원 이상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농동 L공인 관계자는 “전농답십리뉴타운 신축들을 따라가면서 이 단지 호가도 6억원을 넘어섰다”며 “청량리역사 개발 호재 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길뉴타운 인근 신길 한성 전용 84㎡는 지난 5월 6억9700만원에 실거래됐다. 2월 실거래가(5억6700만원)보다 1억 넘게 올랐다. 5개 동 420가구 규모로 1997년 입주한 단지다. 신길동 R공인 관계자는 “먼저 SK뷰 전용 84㎡ 입주권 시세가 올 상반기 1억 가까이 상승했다”며 “뉴타운 안 1만8000가구 시세가 멀찌감치 달아나자 구축들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과장은 “10년 이내 신축 대장주 아파트들이 1분기까지 빠르게 상승하자 인근 구축들도 본격적으로 갭 메우기에 나서고 있다”며 “7월 들어서도 구축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뉴타운 주변 구축 소형 아파트는 신축에 비해 절대 가격 자체가 낮아 주변 신축 수준에 따라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신축은 숨고르기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기대감이 큰 20년차 이상 아파트 가격은 정체되거나 떨어졌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시세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란 분석이다.


마포구 아현뉴타운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 5월부터 약보합세다. 지난 5월 이 단지 전용 59㎡ 18층 매물은 9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한 달 전엔 13층 물건이 10억500만원에 팔렸다.

전농답십리 뉴타운에 자리잡은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59㎡는 이달 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2월엔 같은 층 매물이 7억4000만원, 1층 매물은 7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서울 시내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신축이 먼저 오른 뒤 쉬는 사이 구축이 키맞추기를 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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