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 기자 ]
렌딧은 국내 개인간(P2P) 금융업계에 흔치 않은 개인 신용대출 전문회사다. 기존 대출을 갚을 목적이거나 생활자금을 필요로 하는 개인들이 일반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는 이들의 신용도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직업과 수입 등을 확인한 뒤 신뢰가 가는 이들에게 자금을 빌려준다. 수익률은 상품당 연 10% 안팎이다.
많은 P2P회사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위주로 하는 것과 달리 렌딧은 개인 대출에 집중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렌딧의 누적 대출액은 731억원(6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P2P 개인신용대출 업체 가운데 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 렌딧은 창업 직후인 2015년 4월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심사평가모델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와 옐로우독 등도 투자를 결정했다. 렌딧이 받은 투자금은 173억5000만원에 달한다.
렌딧의 심사평가모델은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250여 가지의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신청자를 심사한다. 추가로 사기정보공유 데이터와 직장정보, 상환정보 등을 함께 반영해 신용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분석한다. 가장 큰 특징은 각종 금융정보의 최근 12개월간 트렌드를 분석한다는 것. 각종 지표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렌딧의 자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똑같이 신용등급이 3등급인 사람 A와 B가 신청해도 각자에게 개인화된 적정금리가 책정된다.
투자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렌딧은 집행된 개인신용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위해 실시간 분산투자 추천 시스템을 개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수십~수백 개의 채권에 분산투자가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할 금액만 입력하면 현재 투자 가능한 채권을 조합해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 무엇보다 서비스 근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분산투자 시스템을 마련,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수백 개의 채권에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렌딧의 모든 투자자는 1인당 평균 178개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딧은 그간 축적된 투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이 보유한 원리금 수취권을 거래할 수 있는 트레이딩 플랫폼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투자자들의 현금 유동성을 더욱 높이고, 투자자에게는 수백만 건의 우량한 개인신용채권에 투자할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2P 업계 건전성 확보가 급선무… 위험자산 대출 자율 규제할 것"
김성준 렌딧 대표(사진)는 “개인간(P2P) 금융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업계 스스로 강력한 자율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일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투자금을 가로채거나 도산하면서 P2P금융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PF 대출을 포함한 위험 자산 대출 취급에 대한 자율 규제안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 3개 업체는 지난 5월 새 P2P금융협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P2P금융협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은행, 카드, 보험 등 어느 업권이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또는 자산별 신용 공여 비율 등의 자산건전성 규제가 존재하지만 P2P금융산업에는 아직 이런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수의 자금을 다양한 금융 자산에 직접 연결하는 P2P금융산업 역시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자산의 위험도별로 차등화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P2P업계의 PF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세계 핀테크(금융기술)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27개 가운데 6개 업체가 P2P업체지만, 이들은 모두 개인신용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부동산 PF 중심에서 ‘금리절벽’을 메우는 신용 대출 위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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