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올해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두 편이 잇따라 선보인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26일 개봉)과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스퀘어’(8월2일)가 그것. 두 작품은 칸영화제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듯, 대조적인 스타일이다. ‘어느 가족’이 잔잔한 사건들을 연결해 주제를 즉물적으로 전달한다면 ‘더스퀘어’는 다양한 상징적 장치들을 제시하고 관객들에게 해석을 요구하는 식이다.
‘좀도둑 가족’이 원제인 ‘어느 가족’은 여섯 명의 식구가 서로에게 온기를 불어넣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게 좀도둑질밖에 없다는 일용직 노동자(릴리 프랭키 분), 세탁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쫓겨나는 아내(안도 사쿠라), 유흥업소에서 손님에게 몸을 파는 처제(마쓰오카 마유), 그리고 소년과 소녀. 이들은 모두 연금으로 연명하는 할머니(기키 기린)의 낡은 집에 얹혀산다. 혈연관계라곤 전혀 없는 이상한 동거인들이지만 소박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사연이 하나씩 밝혀져 진실이 드러날 즈음, 잊혀졌던 가족애에 대한 페이소스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이들이 찾아간 진짜 가족은 차갑고 갑갑하고 외로운 곳이다. 감독은 쉽고 자연스러운 전개방식으로 주제를 선명하게 길어 올린다. 장면마다 흥미로운 사건들로 채워넣어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실력이 일품이다.
‘더 스퀘어’는 인간과 예술, 사회의 양면성을 조명하는 수작이다. 새로운 전시를 앞둔 수석큐레이터 크리스티안에게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진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전시회 기획 의도처럼 일련의 사건들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이면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낮의 전시장은 밤에 파티장으로 변하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던 관객들은 광란의 춤꾼으로 바뀐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을 취재하던 여기자와 그곳에서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공적 업무 관계가 사적 욕망의 관계로 변질된 것이다. 두 사람을 연결한 매개체도 고상한 언어와 감성이 아니라 저열한 비속어와 육욕이다.
이와 별개의 사건에서 크리스티안은 서민층 아이를 절도범으로 오인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게 되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아이는 어른들을 놀라게 할 만큼 당차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 품격 있는 언어로 채워져야 마땅한 미술 작품 설명회는 관객의 난데없는 욕설과 뒤섞인 채 진행된다. 원숭이로 분해 행위예술을 하던 예술가는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파티장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일련의 사건을 겪는 동안 완벽해 보이던 크리스티안은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그럴듯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목격하는 현상과 달리 본질은 이처럼 정반대 얼굴이라고 고발하는 듯싶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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