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송환은 바람직하지만 분명히 짚고 갈 점이 있다. 북한의 속셈과 태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다. 북한은 유해 송환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선언했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를 이행한 듯 몰아가고 있다. 관영 매체들을 총동원해 “종전(終戰)선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해 송환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가기 위한 ‘대미 압박 카드’로 삼으면서 대외 선전용으로도 한껏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의 본질적 조건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다. 그런데도 정작 이에 대해 북한은 일언반구도 없다. 4월 남북한 정상회담과 6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는 온데간데없다. “북한이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언급을 보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유해 송환이 정전협정의 ‘충분조건’이라도 되는 듯 주장하는 북한의 선전전을 용납해선 안 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을 비롯해 숱하게 대한민국을 공격해왔다. ‘서울 불바다’ 위협도 도대체 몇 차례였나. 이제 핵무기까지 완성한 판에 도발 방지책 없는 종전선언은 누구도 뒷감당할 수 없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매달리지만 6·25전쟁의 본질이 무엇이었나. 동족상잔의 기습 전쟁이었을 뿐이다. 정전상태에서 종전체제로 가려면 전쟁 발발 경위를 밝히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까지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대화는 이어가야겠지만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다니면 북핵 폐기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핵과 미사일 폐기 외에 그 무엇도 종전선언의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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