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길거리 채소장수에게 파 한 단을 사고도 모바일로 결제한다. 옆에 비치된 QR코드만 찍으면 된다.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테이블 위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대고 계산하는 걸 보고 “이렇게 빨리 처리되느냐”며 놀랐다.
중국 사람들이 모바일 간편결제를 선호하는 것은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결제 규모는 109조위안(약 1경8000조원)으로 우리나라 신용·직불카드 총 사용액의 25배에 이른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도구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개발한 알리페이와 정보기술(IT) 대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페이다. 이들 앱을 활용하면 자신의 계정에 잔액이 없어도 결제하거나 송금할 수 있다. 미리 충전된 금액이 있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은행 계좌를 연결해 통장 잔액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 사업자나 판매자가 모바일 결제를 선호한다. 다만 대형마트 등 규모가 큰 사업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결제용 POS 시스템을 사용한다. 한꺼번에 몰리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알리페이 회사는 0.6%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그 대가로 고객들의 성별, 연령별, 위치, 구입금액, 소비 성향 등에 관한 빅데이터 자료를 제공한다.
이런 비즈니스 체계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등 민간 기업인들이 구축한 것이다. 정부 역할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에 그친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사이버 범죄나 보안정보 유출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자 ‘왕롄(網聯)’이라는 통합 결제 시스템을 거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가칭 ‘서울페이’를 선보이며 수수료 없는 모바일 결제 시대를 열 전망이다. 현재 가맹점당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 매출 3억원 미만은 0.8%, 3억~5억원 이하는 1.3%다. 이를 공공기관 주도로 0%까지 낮추겠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하지만 서울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 “은행·카드사 등 금융회사가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만큼 양보하라는 것인데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가 직접 개입해 무료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4년부터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발해온 민간 기업들의 자율경쟁과 기술개발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는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산업의 대표적인 비즈니스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획일적인 금산분리 규제로 인한 민간 금융업 통제라는 비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