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파리 '공용 전기차' 31일 중단

입력 2018-07-30 17:32   수정 2018-10-28 03:25

엉뚱한 곳에 주차·잦은 고장
요금징수 오류·위생도 엉망
사용 불편·비효율 비판 쇄도

운영사 적자 결국 감당못해
공용자전거도 거의 사라져



[ 설지연 기자 ]
한때 프랑스 파리의 자랑거리였던 공용 전기차(사진)와 공용 자전거가 퇴출 위기에 몰렸다. 주인이 없는 공공자원을 함부로 쓰는 이용자들의 이기적 행태에다 효율적이지 못한 관리체계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운영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출범한 전기차 공유시스템인 오토리브는 운영회사 적자 누적 끝에 31일(현지시간) 밤 12시 이후 서비스가 중단된다. 출범 당시 나왔던 ‘도심 교통 체증을 줄이면서도 친환경적’이라는 호평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파리 공용 자전거 벨리브도 올해 초 운영사를 바꾼 뒤 부진에 빠져 파리 시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파리시와 인근의 100여 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21일 공유 전기차인 오토리브 운영사 볼로레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였지만 파리시 등은 볼로레가 2억5000만유로(약 3250억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계약을 파기했다.

볼로레 측은 “2017년 말까지 적자가 2억1000만유로에 달했고 6000만유로를 직접 부담했는데 지자체들이 이를 모른 척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볼로레의 예산 지원 요구에 대해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며 일축했다.

은회색 소형 전기차인 오토리브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15만 명의 정기 이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운영 지역이 확대되면서 불편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파리 도심에서 이용자가 차를 빌린 뒤 수요가 거의 없는 교외에 주차해놓는 경우가 빈번했다. 차량 성능이 떨어지거나 훼손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였다. 여기에 우버 등 다른 공유 교통수단이 경쟁에 가세하며 오토리브의 경쟁력이 도마에 올랐다.

파리시는 오토리브의 새 운영자를 찾고 있다. 레제코에 따르면 르노와 PSA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리에선 공용 전기차뿐만 아니라 공용 자전거인 벨리브도 골칫덩이다. 2007년 출범한 벨리브는 하루 이용 건수가 10만 건, 정기 회원이 3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전거 공유시스템 중 하나지만 올초 운영사를 바꾼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만여 대로 시작한 벨리브 자전거는 현재 파리 시내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파리 시의회는 이달 벨리브 감사에 들어갔다.

벨리브는 대여소가 설치된 장소면 어디서든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납 장소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자전거를 길에 그대로 두거나 아예 강에 내다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대여소가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도난당하거나 훼손돼 사용할 수 없는 자전거도 연간 1만 대가량 발생했다. 벨리브 자전거 한 대 가격이 600유로(약 80만원)가량 하기 때문에 운영 업체 손실도 불어났다. 지난 10년간 운영해온 JC드코가 사업을 그만두고 올초 벤처기업 스모벤고가 벨리브를 맡으면서 1400여 개였던 자전거 대여소는 330여 곳으로 더 줄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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