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 집값 상승론자다. 실수요자들은 서둘러 내집마련을 하라고 권한다. 그럼 어느 동네에서 내집마련을 해야할까. 그는 5가지 황금열쇠(내집 선택 기준)를 제시했다. 황금열쇠를 2개 이상 갖춘 곳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또 서울 강북권에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뒤를 이어 서·동·영(서대문·동대문·영등포구)이 올가을 이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집코노미가 최근 두 번째 저서인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를 내놓은 그를 만나 집값 상승을 이끄는 황금열쇠의 비밀에 대해 들어봤다.
▶황금열쇠란 무엇인가.
“고소득 직장, 교통환경, 교육 환경, 자연환경, 도시계획 등 다섯 가지다. 5가지 기준을 지도 위에 흩뿌리면 겹치는 부분이 나타난다. 많이 중첩될수록 주택 가격이 비쌀 것이고 덜 갖춘 지역들은 반대일 것이다. 이들 황금열쇠를 모두 갖춘 곳이 1등 지역이다. 대한민국의 부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의 지도를 통해 지금 사야할 지역은 어디인지, 10년 뒤 바라봐야 할 곳은 어느 곳인지 알 수 있다”
▶다섯 가지를 선정한 근거는.
“평균적으로 인생에 이사를 5번 한다. 사회 초년생 때는 직장 근처나 교통환경이 좋은 곳을 선호한다. 아이가 생기면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에 보내야 한다.자녀 교육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교육환경이 괜찮은 곳을 찾는다. 돈이 좀 모이는 40대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을 찾는다. 그 이후엔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 은퇴 시기에는 주거 환경이 쾌적한 곳을 찾는다. 이런 패턴을 고려하면 사람은 다섯가지를 기준으로 부동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5가지 황금열쇠 중 자기 소득 수준에 맞는 열쇠를 2개 정도 찾으면 된다. 예컨대 대치동 같은 동네에 아파트 매입이 어렵다면 다세대를 대신 구입할 수 있다. 강남권이어도 3.3㎡당 가격이 2000만원 대다. 아파트만큼은 아니어도 가격도 조금씩 오른다. 편리함과 시세 차익을 조금 포기하되 교육 환경, 교통망이라는 황금열쇠도 쥘 수 있다”
▶여유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이 열쇠가 많은 곳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황금열쇠는 많을수록 좋다. 타워팰리스는 5개 다 있어서 비싸다. 제일 좋지만 싸게 살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산을 어느 정도 형성한 중장년층은 다 갖춘 곳을 찾는게 정상이다. 30~40대도 2개 정도 갖추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가용 자산이 적다면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거나 체념하게 된다. 자산 증식은 스텝바이스텝으로 가는 것이다. 생애 주기에 따라 황금열쇠를 찾아 지역을 옮기면 된다. 서울에 황금열쇠를 2~3개씩 가진 곳이 여러 곳 있다”
▶왜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나.
“전국에서 1년에 50만 가구가 공급되더라도 서울 시내에 들어설 물량은 많아 봤자 3만5000가구다. 그정도 공급도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땅도 이제 거의 없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 재개발도 하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2020년대 들어서면 공급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8년 이상 장기 임대하기 때문에 시장 매물이 줄어든다. 이미 3~4년 임대한 사람들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 기간을 늘릴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2020년대 초반까지 시장에 매매 물건이 귀할 것으로 본다. 수요는 살아 있는데 매물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
▶경기권에 입주 물량이 풍부하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권 공급 물량은 앞으로 많지 않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공급은 거의 끝났고 오피스텔만 남았다. 북위례는 진행이 잘 안 되는 탓에 임대로 돌리는 상황이다. 김포한강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공급도 정점을 찍고 내년엔 신규 물량이 거의 없다. 고양 향동, 구로구 항동 등에 공급이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시흥 은계지구와 평택은 서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수원 아래쪽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황금열쇠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에서 저평가된 지역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원래 입지 조건이 좋아 인기가 좋았다. 다만 낡았던 게 문제였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이 정비했다. 주거환경이 깨끗해지니 웬만하면 3.3㎡당 3000만원을 넘어가고 어떤 곳은 4000만원을 가뿐히 웃돈다. 앞으로 마용성과 붙어 있는 곳이 갭좁히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서·동·영(서대문·동대문·영등포구)이다.”
▶서·동·영의 장점은.
“서대문은 황금 노선인 2호선을 끼고 있어 교통환경이 좋다.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주변도 정비되고 있다. 동대문은 청량리역 인근 집창촌이 정리되는 게 호재다. 65층짜리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청과시장자리도 개발된다. 앞으로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지난다. 영등포는 뉴타운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길뉴타운이 뜨겁다. 인근 노량진 뉴타운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흑석뉴타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노량진의 단점은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뉴타운으로 개발되면 이런 게 다 없어지는 것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 수도 있다.
“올해 국내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다. 그동안 환율 약로 수출실적이 좋아서다. 기업 실적이 좋으면 근로자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시할 점은 4~5분위 소득은 빠르게 증가한 데 비해 1분위 소득 수준은 여전히 좋지 않은 점이다. 고소득자 소득이 증가할수록 좋은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진다.”
▶외환위기 같은 돌발변수도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는 부채 비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부채가 많지 않다. 상황이 다르다. 망할 기업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외환위기 때 다 망했다”
▶바람직한 내 집 마련 자세는
“집을 사기 전 ‘지금 당장 살기 좋은가’라는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이 당장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무리하게 자산 증식이 나설 필요는 없다. 여의도가 개발 이슈로 뜨고 있는데, 언제 실현될진 아무도 모른다. 너무 큰 그림에 매몰되지 않는 게 좋다. 5개나 되는 열쇠 중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선택지를 가져가는 게 현명하다. 그중에서도 앞으로 오를 걸 찾는 것보다 내게 당장 필요한 2개를 찾아야 한다. 그 정도면 주거 자체는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다. 불편함이 없다는 건 결국 남들도 선호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런 집들은 가격이 내려갈 일도 없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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