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효주 기자 ] “선심만 앞세운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 자영업 시장은 불안과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사진)은 31일 서울 신당동 중앙지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뛰어오르는 건 죽어가는 자영업자들을 완전히 절벽으로 내모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갈 회장은 “내가 아는 상당수 점포가 줄도산 위험에 놓여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1966년 설립된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전국 외식업 종사자 65만여 명 중 43만여 명이 가입한 외식업계 최대 단체다. 전국에 40개 지회와 224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 가운데 85%는 중국음식점 백반집 등 직원이 5인 미만인 영세점포들이다.
제갈 회장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저임금이 29%나 치솟는 것에 대해 “많은 자영업자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가족을 무급 노동자로 고용하는 등 살길을 찾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종업원을 자르고 폐업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임금 인상은 한계상황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을 더욱 절망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됐으며, 종업원 수도 평균 3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제갈 회장은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던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봤어야 했다”며 “부작용을 해결해가며 모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명동과 지방 소도시는 지대와 임대료부터 차이가 크다”며 “지역별 유동인구와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티기 어려운 영세업주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하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상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외식업중앙회는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협회에 소속된 회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매일 500명씩 20일 동안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기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제갈 회장은 40년간 중식당, 고깃집 등 다양한 외식업체를 운영해왔다. 대전에서 중식당 자유대반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그는 “외식업중앙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운영하는 식당부터 접고 싶다”고 털어놨다. 자식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은 종업원 네 명을 내보내고 부부가 직접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제갈 회장은 2013년 한국외식업중앙회 25대 회장에 당선된 뒤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외식업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김대중 대통령,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았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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