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산업활동지수 '비상'
자동차 생산 전달보다 7.3% ↓
소형세단 유럽수출 감소 영향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음식·주점업 생산지수 1.3% ↓
반도체 관련 투자 줄줄이 축소
기계 수입액 1년 만에 33% ↓
비주거용 건물 수요도 줄어
[ 이태훈/김일규 기자 ]
지난 6월 산업생산이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설비투자는 18년 만에 가장 긴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점점 줄고 있고 사무실 등 비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침체되는 등 곳곳에서 투자 및 생산 부진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 스스로 투자에 나서도록 정책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全산업 생산지수 0.7% 감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7% 감소했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0.9% 감소했다가 4월(1.4%)과 5월(0.2%)에는 증가했는데 6월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자동차와 화학제품 생산이 전달보다 각각 7.3%, 3.6% 줄어든 게 전산업 생산지수를 떨어뜨린 주요 원인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완성차 수출이 부진하고 자동차 부품도 국내외 수요가 모두 감소했다”며 “특히 소형 세단 등의 유럽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커 침체에 빠질 경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 과장은 “화학제품은 태양광 관련 제품인 폴리실리콘의 중국 수출이 감소해 생산이 줄었다”며 “태양광 발전을 크게 늘리던 중국 정부가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0.2% 증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음식·주점업 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4월(-0.5%)과 5월(-0.1%)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기업들 경기 하강 예측… 투자 축소
제조업 생산 부진이 이어지며 투자도 줄고 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5.9% 감소했는데, 특히 기계류 투자가 9.9% 줄어든 게 눈에 띈다. 기업들이 경기가 하강할 것으로 예측해 공장에 들어가는 설비에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월 7270만달러였던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이 6월 5680만달러로 22%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작년 6월에는 9000만달러에 달했던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이 1년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준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올해 1~5월 기준)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은 주택뿐 아니라 사무실 공장 점포 등 비주거용에서 공사와 수주가 모두 줄고 있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4.8%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사무실과 점포 등 비주거용 건물을 건설하려는 수요가 줄어 전체적인 시공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수주 역시 전달에 비해 18.3% 줄었다.
소매판매는 0.6% 증가로 돌아섰지만 ‘월드컵 반짝 특수’로 봐야 한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소매판매는 4월과 5월에 각각 0.9%, 1.1% 감소했다. 러시아월드컵은 6월 중순부터 한 달간 열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은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개혁 등 기업 투자를 늘릴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하강곡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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