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美 모멘티브에 꽂힌 까닭

입력 2018-07-31 18:12  

건자재·도료 주력인 KCC
건설과 조선업 불황에 부진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선 듯



[ 김기만 기자 ] 종합 건자재업체인 KCC가 세계 3대 실리콘·석영 제조업체인 미국 모멘티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건자재와 도료(페인트)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KCC가 건설업과 조선·자동차업 등 전방산업의 침체 속에 실리콘 제조 분야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글로벌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 7월31일자 A1,10면 참조

KCC는 31일 미국 모멘티브 인수 추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해당 회사 인수를 포함한 여러 전략적인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회사 측은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KCC가 새로운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CC의 주요 사업은 건축자재 유리 폴리염화비닐(PVC) 등 건자재 부문과 자동차 선박 건축 등에 쓰이는 도료 부문, 실리콘과 인테리어(홈씨씨) 등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3조8639억원이었다. 이 중 건자재 부문과 도료 부문이 각각 40%, 나머지 20%는 기타 부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건자재와 도료 부문의 전방산업인 건설업과 자동차·선박업이 최근 경기 침체 속에 부진한 모습이다. KCC는 올해 외형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CC는 2000년대 들어 실리콘 관련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해 왔다. 탄소 분자를 함유한 유기실리콘은 자동차 부품이나 생활용품 등에 사용되고 무기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 태양광모듈 등에 쓰인다.

KCC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리콘 원료인 모노머를 생산했다. 2006년부터 사업 영역을 넓혀 화장품용 실리콘 50여 종을 생산하고 국내외 화장품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의료용 실리콘 사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 생산량은 7만t 규모다. 모멘티브를 인수하면 실리콘 생산 능력이 연 30만t으로 세계 2위 규모로 올라서는 데다 반도체 웨이퍼 등 첨단산업에 사용할 수 있어 사업의 안정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멘티브를 인수하면 국내보다는 해외 반도체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실리콘 공급자가 될 것”이라며 “건설업과 조선업 침체로 줄어드는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CC는 태양광 모듈에 들어가는 실리콘 사업에서 쓴맛을 본 적이 있다. 2000년대 후반 폴리실리콘을 생산했지만 태양광산업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2012년 사업을 접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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