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박원순식 통개발'과 집값 해법

입력 2018-08-01 18:46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서울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통개발’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0일 밝힌 통합 재개발 구상이다. 발표 이후 용산·여의도·마포 지역 집값이 들썩였다. 국토교통부는 집값 상승 우려와 함께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 1년간 부동산시장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온 터라 ‘예고 경보’가 필요했을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해묵은 ‘통합 재개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여의도·용산 등 도심권 노후 지역 개발에 대해 사전에 체계적 도시계획을 세우고 통개발이 이뤄지도록 할 생각이다. 방향은 맞다. 과거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소규모 낱개 개발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기형적 난개발, 기반 시설 부족, 도시 경쟁력 하락 등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했다. ‘소규모 순차 개발 기조’가 대세로 굳어진 데는 상시적 집값 상승과 집단 이주에 따른 전세난 등이 큰 요인이었다.

'통합 재개발' 방향은 맞다

이런 부작용을 풀어보자고 내놓은 게 ‘뉴타운(생활권역별 재개발)’이다. 2002년부터 세 곳의 시범도시를 지정한 이후 2007년에는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서울에만 26개가 지정됐다. 지방에도 2008년까지 약 50개가 지정됐다. 도심 주택재정비사업의 대명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역 특성을 간과한 무리한 지구 지정, 땅값 상승에 대한 무방비, 2008년 금융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개발사업이 멈춰섰다. 이후엔 대부분 지구 지정이 해제됐고, 원상 복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의도·용산 통개발’도 뉴타운과 차별성이 없다며 실행 가능성에 부정적 평가를 한다.

반면 도심 재개발은 권역별 특성에 맞춘 체계적 개발이 필요하다며 뉴타운 방식의 지속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주요 도심권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미래 지향적 개발 계획’ 수립이 필수이고, 재개발사업은 여기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여의도·용산 통개발도 이런 구도로 이해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구상이 박 시장의 대선 출마를 고려한 개발사업이란 소리도 들린다. 그런 의도가 담겼다 해도 도시 개발사업은 백년대계의 절대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

도시 개발은 집값 상승을 수반한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값 상승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관건은 개발 수혜가 한쪽에만 쏠리고, 이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 이익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현행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는 이 같은 공생 구도 실현이 미흡했다.

집값 문제는 별도로 풀어야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도 제대로 실행되려면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집값 상승 부작용과 후유증도 이 방법을 통해 풀 수 있다. 개발사업에 대한 ‘사회적 배아픔 현상’도 수혜 분배 체계를 지혜롭게 운영하면 해소할 수 있다.

국토부가 밝힌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란 점잖은 견제에도 우려가 있다. 통개발 등 도심 주요 개발사업 추진 가부를 ‘집값 안정’이란 잣대로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개발사업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개발사업 인허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개발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언제나 멋진 도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도시 개발사업을 ‘집값 등락’으로만 재단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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