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품·장비… 日기업, 줄줄이 '실적 홈런'

입력 2018-08-02 18:06  

영업이익 8분기 연속 증가
상장사 4곳 중 1곳 '신기록'

美·유럽 호황·엔低로 수출 질주
글로벌기업 설비 투자 최대 수혜



[ 도쿄=김동욱 기자 ] 파나소닉 소니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8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기 호조에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89개(금융사 제외) 주요 상장사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2016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보도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55%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늘었고 4곳 중 1곳꼴로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익 증가가 두드러진 업종은 정보기술(IT) 부품과 반도체 장비제조 분야였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들의 대규모 장치 투자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전장부품 구매 확대 혜택이 일본 부품 기업에 돌아갔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2분기에 2955억엔(약 2조9785억원)의 매출과 724억엔(약 72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영업이익은 32.4% 늘었다. 주력 사업인 적층 세라믹콘덴서 판매가 늘어난 무라타제작소도 2분기에 3455억엔(약 3조4825억원) 매출에 482억엔(약 4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15.2% 증가했다.

교세라는 카메라센서와 소형 액정디스플레이 등의 판매가 늘어난 덕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371억엔(약 3741억원)을 기록했다. TDK, 알프스전기, 일본전산, 니토덴코 등 다른 부품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전자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소니는 게임과 음악사업의 꾸준한 성장 덕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950억엔(약 1조9664억원)에 달했다. 소니의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배 늘어난 2264억엔(약 2조283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1조9536억엔(19조7004억원)을 기록했다. 파나소닉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19.2%로 나타났다. 히타치제작소는 매출이 3.7%, 영업이익은 12.4% 늘었다.

일본 상장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함께 구조조정을 끝내고 경쟁력을 되찾은 기업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은 세계 공통현상”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일본 기업엔 호재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2분기 평균 109엔 정도로 기업들의 예상환율인 달러당 105엔보다 3.8%가량 높다. 7월 들어선 달러당 111엔대의 엔화 약세가 빚어지는 날이 늘면서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이익을 늘리고 있는 일본 기업의 순항을 가로막는 암초가 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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