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비핵화, 시간표 내에 가능할 것"

입력 2018-08-05 18:29  

ARF 南·北 장관 회담 등은 불발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은 강조
성 김, 트럼프 답신 北에 전달

이용호 외무상 "北·美 신뢰 위해
종전선언 등 단계적 방식 필요"

강경화 "종전선언 협의 진척 있어"



[ 김채연 기자 ]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대북 제재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데 그쳤다. 기대했던 남북한, 미·북 외교장관 회담과 남·북·미 외교장관 만남도 불발됐다. 미·북은 그러나 친서 교환을 통해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ARF 본회의 일정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시간표 내에 해낼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가 북한 회사와의 합작사업을 허용하고 북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신규 허가를 내줌으로써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매우 심각한 사안이자 러시아와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걸 결의를 지지해온 모든 나라에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비핵화한 북한’이라는 세계의 목표를 손상하는 어떤 위반도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공세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용호는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북·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에서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한반도 평화보장의 초보적 조치인 종전선언 문제에서까지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북이 비핵화와 관련해 상대에게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ARF에서도 양측 간 입장차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북 양측은 그러나 정상 간 ‘친서 외교’를 통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는 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 때 만나 인사를 나눴다. 기념촬영 후에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용호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던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이 외무상과 정중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곧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하자 이 외무상이 ‘동의한다. 해야 할 많은 건설적인 대화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연내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아세안 회의에서도) 미국, 중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우리는 처음부터 유연성을 가지고 시기와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3일 만찬에서 이용호와의 조우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했는지에 대해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이 있었고 (북측) 공개 발언을 보시면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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