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단지 여전히 가동 중
올 1~5월 불법 환적 89건 달해
석탄·철·해산물 수출도 지속
"러시아 상업은행, 北과 거래"
美, 5개월 만에 독자제재 나서
[ 주용석 기자 ] 북한이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핵무기·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밝혔다.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이용한 불법 환적을 늘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 경제 제재를 위반한 아그로소유스상업은행과 북한인 한 명에게 독자 제재를 가했다. 이 조치로 아그로소유스은행 등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민과의 거래도 차단된다. 미국이 유엔 결의 외에 북한을 독자 제재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5일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심 핵시설인 영변 핵단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형 유조선을 이용해 이뤄지는 석유 환적이 북한의 주요 제재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5월 적발된 북한의 불법 환적만 89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연루된 선박은 40척, 기업은 130곳가량으로 전해졌다.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올 1~5월 최대 14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구입해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석유제품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석탄·철·해산물도 계속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작년 10월부터 올 1분기까지 약 1400만달러(약 16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원유·연료·석탄 거래 상한 조치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유엔의 금융 제재에 대해서도 “제재 이행이 가장 열악하고 적극적으로 회피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밝혔다. 북한 외교관들이 다수의 은행계좌를 만들어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널은 북한 기업과 ‘합작 금지’ 규정을 위반한 기업 200여 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소형화기·경량무기와 다른 군사 장비를 리비아, 예멘, 수단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패널은 “(북한과) 시리아 정부의 금지된 거래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돼왔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가운데 나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일 러시아 아그로소유스은행, 이 은행과 거래한 한장수 조선무역은행 러시아지사 대표 등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 재무부는 또 중국에 있는 단둥중성인더스트리앤드트레이드와 북한에 있는 조선은금공사 등 유령회사 2곳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불법적인 수익원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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