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4캔 5000원'… 유사맥주戰 불 붙어

입력 2018-08-06 17:44  

맥주와 비슷한 맛에 인기

스페인 맥주 '라에스빠뇰라'
기타주류…세금 절반 낮아

하이트맥주 발포주 '필라이트'
1년여 만에 3억캔 팔아 돌풍
오비맥주도 연내 시장 진출

日 발포주 10년새 7배 성장



[ 김보라 기자 ]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맥주 4캔 5000원’ 행사의 2탄으로 스페인 맥주 ‘라에스빠뇰라(500mL·사진)’를 6일 추가 출시했다. 라에스빠뇰라는 스페인 최대 맥주 제조사 담 그룹에서 생산하는 필스너 계열의 수입맥주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말에도 스페인 필스너 맥주인 ‘버지미스터(500mL)’를 같은 가격에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이 ‘가격 파괴’ 수입맥주를 본격 유통하면서 맥주업계의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 성분으로 세금 절반 차이

‘4캔에 1만원’짜리가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 수입맥주 시장에서 절반 값으로 맥주를 팔 수 있는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버지미스터와 라에스빠뇰라는 알코올도수가 각각 4.8%, 4.5%로 맥아(麥芽) 함량이 70% 이상이어서 맥주와 품질이 비슷하다. 하지만 주종이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라에스빠뇰라와 버지미스터 모두 해조류에 많은 알긴산을 1% 정도 함유하고 있다. 국내 주세법은 맥주와 소주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료가 아닌 것이 1%라도 섞이면 기타주류로 구분한다. 맛은 똑같은데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의 72%를 세금으로 내지만, 기타주류는 30%를 적용받는다. 교육세도 일반 수입맥주는 주세의 30%인데 수입 기타주류는 주세의 10%다. 절반 이상 세금이 낮아지는 셈이다. 가격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추상훈 세븐일레븐 담당MD는 “맥주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트렌드로 값싼 해외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버지미스터는 수입맥주와 비슷한 품질에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발포주가 정통 맥주 잠식할까

수입맥주가 저가 공세를 지속하고, ‘기타주류’로 분류된 맥주가 유통되면서 국내 맥주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논의하던 주세법 개편이 무산되면서 발포주를 포함한 기타주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트진로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맥아 함량을 10% 이하로 낮춘 발포주 ‘필라이트’를 ‘12캔에 1만원’으로 팔아 1년3개월 만에 3억 캔을 팔아치웠다.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이다. 맥주는 맥아 비율이 70% 이상인 반면, 발포주는 10% 미만이다. 이 때문에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 주류’로 분류돼 세금이 원가의 30%만 붙는다. 편의점에서 500mL짜리 국산 맥주가 2700원에 팔리는 반면 발포주는 1600원이다. 출시 당시 “정통 맥주가 아닌데 팔리겠느냐”는 업계의 우려를 깨고 필라이트는 ‘코끼리맥주’로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가 독점하고 있는 발포주 시장에 연내 진출하기로 했다. 롯데주류는 오비가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맥주 시장이 일본의 장기불황 때를 닮아간다는 분석도 있다. 발포주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기 때 등장했으며 최근 10년 새 7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맥주 시장은 절반으로 줄었다.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서 일본은 발포주를 맥아 함량에 따라 제1맥주, 제2맥주, 제3맥주 등으로 구분하고 세금 체계도 세분화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발포주가 새로운 술 시장을 여는 게 아니라 기존 맥주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어 출시를 미뤄왔던 것”이라며 “수입맥주가 싼 가격으로 공세를 계속하고, 국산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서 더 이상 관망하고 있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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