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야당 대표로 다시 마주한 문 대통령과 정동영 의원

입력 2018-08-07 11:41   수정 2018-08-08 10:03



(조미현 정치부 기자) 민주평화당 신임 당대표에 정동영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정 의원이 당권을 잡은 건 2006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당선 이후 12년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큰 정당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으시니 잘 하시리라 믿는다”며 “한반도 평화는 정 대표가 앞장서서 닦아 놓은 길이니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정 대표와의 인연을 책 곳곳에 풀어 놓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도중 치러진 17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당의장이던 정 대표가 “60대 이상은 투표를 안해도 괜찮다”고 한 발언이 ‘노인 폄하’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정동영 의장의 ‘노인 발언’ 역풍이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은 더 많은 의석을 얻어 압도적 과반수 정당이 될 뻔했다”고 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299석 중 152석을 석권했습니다.

2005년 6월 통일부 장관이던 정 대표는 6·15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전날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는 정 대표가 앞장서서 닦아 놓은 길”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정 대표에 대한 섭섭한 기억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남북한 정상회담 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시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지율이 낮은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부각하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대의나 원칙은커녕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나 인간적 도리조차 사라진 듯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는 그분(노 전 대통령)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했습니다.

정 대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 위기에 처해있을 때 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 전 의장 쪽에서 선도탈당을 하고 있을 때였다.(중략) 뭔가 파국을 피할 방안을 가지고 와 대통령에게 이해도 구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게 아니었다”며 사실상 탈당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기억입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과거 껄끄러운 기억에서 벗어나 협업을 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2020년 21대 총선 전까지 개혁 작업을 위해서는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민주평화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30석으로는 국회에서 주요 법안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민주평화당은 14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당권을 잡은 정 대표로서도 문 대통령과 여당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정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꼽았는데요. 현재 승자독식인 소선구제를 한 선거구에서 2인 이상 선출하는 중·대선구제, 각 정당의 후보들이 득표한 비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개편하는 게 정 대표의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문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혁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자유한국당도 손해볼 일이 없다”며 “정치 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문 대통령의 철학이기도 하고, 평화당이 앞장설 테니 대통령도 성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습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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