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NG·풍력·태양광으로 '복지수준 전기료' 가능할까

입력 2018-08-07 17:41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경감대책으로 주택용 요금 누진제를 7~8월 두 달간 완화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냉방은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권”이라며 대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누진구간별 상한선을 100㎾h씩 높이는 방식으로, 총 1512만 가구에 두 달간 평균 19.5%(1만370원)를 깎아준다. 기초생활수급자, 영·유아 가구 등 배려계층에는 전기료를 30% 더 할인해줄 방침이다.

재난 수준의 폭염에도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도 못 틀던 서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와 저소득층을 감안할 때 부득이한 조치다. 물론 전기를 펑펑 쓰는 과소비를 지양하고, 정부도 전력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냉방을 복지로 여기고 전기료를 낮추려면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이번 누진제 완화로 인한 2761억원의 비용을 일단 한국전력이 떠안기로 했다. 올 상반기 500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한전으로선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도 어차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전은 어제 주가가 4년7개월 만에 최저였고, 시가총액이 나흘간 1조8296억원(8.5%) 증발했다. 지난해부터 10조원 이상 차입할 정도로 경영이 나빠졌는데 탈(脫)원전, 북한산(産) 석탄 파문, 누진제 완화까지 겹쳐 사면초가다.

한전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발전(작년 기준 ㎾h당 60.68원)을 줄이고 값비싼 LNG(111.60원)·유류(165.5원) 등으로 발전소를 돌려 연료비가 30% 증가한 탓이다. 전기료 인상 압력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원전 정비, 유가 상승 때문이지 탈원전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원전 대안으로 꼽은 신재생에너지는 이번 폭염에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햇빛과 바람이 부족한 국내에선 태양광 가동률이 평균 14%, 풍력은 20%에 그친다. 발전단가도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원전의 2.5배로 비싸다. 그럼에도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를 신재생으로 대체하겠다니 무슨 근거인지 알 수 없다. LNG와 태양광 풍력으로 ‘냉방 복지’가 가능한지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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