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입시위주 교육 '이론 바보'만 양산… 체계적 직업교육 시급"

입력 2018-08-07 18:31  

'고졸신화' 前 교육부 차관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의 '쓴소리'

"4차 산업혁명에 대비 않고 '대입개편' 몰두
사사건건 '간섭'만 하는 교육부는 왜 있나"

"학생들 노량진 몰리고 전문대 유턴 현상은
체계적 직업교육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 김동윤 기자 ]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 총장)은 두 가지 독특한 경력이 있다. 교육부에서 고졸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 차관까지 올랐다. ‘고졸 신화’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지금은 ‘전문대 전도사’로 불린다. 2010년 이후 8년째 전문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어서다.

지난 7월 네 번째 회장 임기를 시작한 그를 7일 서울 충정로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 여론이 높아 교육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이 회장에게 교육부는 ‘친정’이자 ‘상급기관’이다. 점잖은 말투로 에둘러 의견을 밝힐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이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입시 위주 교육, ‘이론 바보’ 양산

이 회장의 가장 큰 불만은 교육부가 6월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1차 평가 결과에 있었다. 이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되지 못한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 정원 감축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이 회장은 교육부가 평가를 하면서 전문대를 차별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평가에서 일반대는 신청한 대학 160개 중 75%인 120개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돼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전문대는 133개 중 65%에 해당하는 87개만 자율개선대학으로 인정됐어요.” 그는 특히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일반대는 90%가 자율개선대학이 됐지만 전문대는 55.8%에 불과했다”며 “수도권 전문대 죽이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전체 대학의 60%가량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일반대는 총 27곳이 평가를 받지 않겠다고 포기한 데 비해 전문대는 3곳만 포기했다. “평가를 포기한 대학까지 모수(母數)에 포함시켜 자율개선대학 비중 60%를 맞추다 보니 일반대와 전문대 간 불균형이 생겼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한국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꼽았다. 그는 “요즘 대학 총장끼리 만나면 교육부가 뭐 때문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재정사업을 통해 대학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지원도 안 해주면서 사사건건 간섭만 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 작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절실한데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에만 함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데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는 ‘이론 바보’만 길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직업교육 강화가 취업난 해법

이 회장은 교육관료로 38년, 전문대 총장으로 12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교육개혁에 관한 아이디어도 풍부했다. 그는 대학개혁과 만성적인 취업난을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직업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40만 명 정도가 서울 노량진에 모여 ‘인간 유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직업교육의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반대 졸업생 상당수가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유턴’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선 “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직업교육 관련 업무를 일원화해 교육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또 “‘고등직업교육 육성법’을 제정해 전문대를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고, ‘고등직업교육 재정교부금’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이 회장은 주문했다. “초·중·고교 관련 업무의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에 위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교육부에는 몇백 명이 이 업무에 매달려 있어요. 전부 다 위임하고 이제는 직업 역량을 키우는 직업교육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약력

△1948년 부산 출생
△1967년 부산고 졸업
△1967년 경남교육청서 공직생활 시작
△1983년 문교부 행정사무관
△2003년 3월~2004년 7월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2006년 2~3월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2006년 7월~현재 인천재능대 총장
△2010년 9월~현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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