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훈 기자 ] 샛노란 분말로 그려 놓은 빵 사이에, 붉은 가루와 갖가지 알갱이들이 햄버그스테이크와 채소 모양을 하고 있다. 주변엔 이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한 재료들과 팔레트 역할을 한 숟가락들이 놓여 있다. 이 특이한 장면은 러시아의 ‘음식 사진가’ 파벨 사블랴의 작품 ‘매콤한 햄버거’다. 후추, 고춧가루, 강황 등 색이 강렬한 향신료와 작은 잎사귀들로 햄버거 형태를 만들고, 그 재료들을 옆에 모아 놓으니 화사한 색의 잔치가 벌어졌다.
일반적인 음식 사진을 찍던 사블랴는 다양한 색과 생김새를 지닌 식재료에 주목하게 됐다. 갖가지 음식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든 뒤 사진을 찍으니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태어났다. 그의 작품이 사진이긴 하지만 회화와 설치미술행위의 결과물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니 전통적인 사진에서 벗어나 있다. 굳이 장르를 따질 필요 없는 작품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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